서울시향 바그너의 반지: 관현악 모험 / 2017.03.18

2017. 5. 4. 21:35Review




몇년전에 정명훈의 바그너의 반지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썩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명훈이 극 음악에 강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몇년만에 다시 이 곡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살짝 다른 버전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없었다. 철저한 본인의 주관이긴 하지만 이 곡은 발췌곡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앞뒤의 논리를 연결하려고 했다가는 니맛도 내맛도 아니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각 섹션별로 다소 중구난방처럼 느껴지더라도 확실하게 표현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바그너의 그 수많은 장면들중에 특정 몇개의 장면을 위해서 다른 너무 많은 장면을 희생하지 않았나 싶다. + 개인적으로 마젤 편곡판이 구성적으로 볼 때 더 드라마틱한거같다.


그래도 베조드 압두라이모브의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기가 막힌 연주였다. 프로코피에프의 익살스럽고 풍자스러운 리듬을 맛깔나게 구현했을뿐 아니라 타건감도 매우 시원시원했었기에 듣는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습도 프로코피에프를 표현하기에 딱 좋았다. 다만 이를 받쳐주는 에도 데 바르트와 서울시향은 협연자를 많이 돋보인다는데는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본인들의 존재감은 별로 나타내지 못했다. 이 곡은 독주곡이 아닌 협연곡이다. 치고나올때는 확 치고 나오면서 협연자와 대화해주는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연습시간이 부족했나보다. 


아쉬운 점은 딱히 없다. 하나만 꼽으라면 필자가 원하는 디테일이 구현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해석을 보면 충분한 다이나믹이 구현되었지만 그래도 개개인마다 원하는 절대치가 있을 것이다. 2악장에서 분위기를 잘 이끌고 갔지만 세부적인 터치에서는 다소 밑밑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느린 악장에서 조금 더 섬세하고 색감있는 터치기술을 연마한다면 대가의 반열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