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리뷰: 챔버뮤직투데이 시즌7 - 둘째날

2017. 12. 3. 23:38Review


실내악은 필자가 깊이 아는 분야가 아니다. 아직 교향곡을 비롯한 관현악곡도 제대로 다 알지 못하는데 실내악이라니... 클래식은 파도파도 끝이 안나오는 건축과 비슷한 점이 정말 많다. 그래도 몇몇 실내악 작품은 빠삭하게 알고 있다. 대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의 음반 궤적을 따라서 듣는 레파토리를 늘려나가거나, 아니면 어쩌다가 들은 실내악 작품이 너무 좋아서 그 작품을 연주한 단체의 음반을 따라서 레파토리를 늘리거나, 어찌 되었든 자신이 마음에 꽂힌 작품의 아티스트를 따라서 레파토리를 늘리게 되어있다. 그것이 필자에게는 파벨 하스 콰르텟이다. 그리고 아래의 음반도 그렇다.



말러의 유일한 피아노 콰르텟을 너무나 훌륭한 연주자들이 음반으로 만들었다. 다니엘 호프, 폴 뉴바우어, 데이비드 핀켈 그리고 우 한이 녹음한 이 음반은 대히트를 기록했고 지금도 필자는 즐겨듣는 음반이다. 연주도 연주이지만 레파토리가 정말 좋다. 앞서 이야기한 말러의 유일한 피아노 콰르텟(1악장만 완성되었다.) 과 슈만 그리고 브람스까지, 피아노 콰르텟의 최고봉에 있는 작품중에 두 개가 세트로 묶여있다.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이 음반을 연주한 연주자들의 이름만큼은,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이들이 서울에 와서 공연을 했다. 엘지아트센터에서 말이다.


프로그램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브람스 호른3중주 그리고 브람스의 현악 6중주 2번이 이어졌다. 이 중에 그나마 익숙한 작품은 브람스 현악 6중주 뿐이었다. 익숙했던 이유는...이자벨 파우스트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에 이 곡이 뒤에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작품은 어떻게 들었냐고? 사실 몰라도 별 상관없었다. 연주자들 기량 하나하나를 바로 눈 앞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몰라도 음악을 충분히 쫗아갈 수 있었다. 


언급하고 싶은 것은 2번째 연주곡이었던 호른 트리오이다. 그 동안 필자는 콘서트홀에서 듣던 호른의 방구소리에 정말 지쳐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호른에 대한 기대는 거의 안하고 있다. 물론 호른이 엄청 어려운 악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공짜로 듣는 것도 아닌데 어느정도 기대해도 된다고 본다. 그렇지만 기대를 채워준 호른은... 마지막으로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아득한 과거이다. 그런데 오늘의 호른 소리는 정말 기가 막혔다. 연주자는 라도반 블라트코비치였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부터 과감하게 내지르는 부드러운 호른의 팡파레까지 듣는내내 호른의 소리에 넋이 나갔었다. 저런 소리는 콘서트홀에서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브람스 현악 6중주 2번의 집중력도 상당했다. 사실 처음에 퍼스트 바이올린이었던 아니 카바피안의 보잉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조금 더 진하게 뽑아주기를 원했는데 쉭쉭 넘어가서 아쉬웠지만 연주를 듣다가 이윽고 6중주단이 만들어낸 논리에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연주자중 단 한명도 흔들림없이 점점 에너지를 높여가는동안 심장은 벌렁벌렁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실내악을 듣고 있지만 엄청 잘 조련된 오케스트라를 듣는 느낌이었다. 실내악의 묘미란 이런 것이구나!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어진 곡은 브람스의 또다른 현악 6중주 b플랫의 스케르쵸였다. 어쩜 앵콜까지 잘할까. 이런 연주자들을 엘지아트센터 봤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었다. 객석규모가 작더라도 세종 M씨어터나 예술의 전당 챔버홀에서 봤으면 더 감동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올해로 시즌7이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 하다. 내년에도 반드시 가야겠다. 


+

마케팅 고자인 LG는 마지막까지 객석이 안팔리자 초대권을 왕창 뿌린 듯 했다. 내가 대신 마케팅해줘야지.

프로그램북은 내가 만들어주고 싶었다... 세리프와 산 세리프의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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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to A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