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2018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

2018. 2. 2. 01:11Review


#1

오늘 공연은 꽤 오래전부터 기대했었다. 수드빈을 음반으로 접했을 때, 그의 청아한 음색에 반했었고 헤르무스를 유튜브로 접했을 때 그가 보여준 호탕한 지휘에 브루크너의 가능성을 보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부 베토벤 황제는 생각보다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2부의 브루크너 교향곡 6번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2

수드빈의 음색은 정말로 맑은 물 같다. 물이라고 해서 흐느적 흐느적 거리지도 않고 소리에 깡단이 충분히 있다. 오늘도 그런 그의 음색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충분히 울려주었다. 청아하고 맑은...음반에서 듣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개성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연주 내지 음색은 그에 걸맞는 오케스트라의 지원이 있어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헤르무스의 해석과 썩 잘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었다. 헤르무스는 씐나게 리듬감을 상당히 강조했지만 수드빈에게 돋보이는 것은 음색이었고, 왠지 음반보다 곡의 밀도를 더 높여서 연주하는 듯 했다. 게다가 몇번의 미스터치와 그로인해 당황하는 모습이 좀 명확하게 포착이 되어서 듣는 내내 조마조마 했었다. 본인도 오늘 공연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어둡더라.


#3

브루크너 6번은 정말 기대를 많이했었다. 서울시향측에서 올려준 헤르무스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그를 접했을 때, 왠지 브루크너 6번을 잘 할 꺼같았다. 다른 번호 말고 6번말이다. (다른 교향곡, 예를 들면 7번, 8번, 9번을 이렇게 했다가는 글쎄...) 헤르무스는 어느 영상을 보아도 곡을 굉장히 화려하고 웅장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성향덕분에 브루크너 6번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가장 백미는 단연 2악장이었다. 서울시향과의 호흡에서 보여주었던 밀당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흥미진진(?)했고 눈과 귀를 무대에서 땔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느낌을 필자만 받은 것이 아닌지, 2악장이 끝나는 무렵에는 정말 모두들 숨도 안쉬는 정도로 정막을 유지했었다. 이런 경험을 서울시향의 공연에서 도대체 얼마만에 느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종결부분 말고도 브루크너 특유의 화음을 구현하거나, 절절거리는 멜로디 모두 정말 흠 잡을 곳 없을 정도로 상당히 아름답고, 소름돋게 연주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