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2018 오스모 벤스케와 이안 보스트리지

2018. 11. 29. 23:07Review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주말에는 그냥 퍼질러져 있는게 너무나 좋아서 딱히 공연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오스모 벤스케 옹께서 오신다고 해서 공연을 안갈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계속 오시는걸로 봐서 아마 차기 음악감독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서울시향은 언제까지 공석으로 냅둘 요량인지 모르겠다. 협상력이 부족한가... 흠

이 날 내가 관심있었던 것은 1부는 아니었다.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이야 워낙 많이 들어본 곡이어서 아직도 사골이 나오는구나를 신기해하는 단계였고 이 사골을 서울시향이 제대로 표현해낼 것이란 생각도 안했다. (브람스는 대학 오케가 더 잘하더라) 물론 내가 기대하는 벤스케의 해석에서도 브람스는 빠져있다. 개인적으로 벤스케가 추구하는 음악과 브람스는 그닥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튼 이런 나의 기대때문인지는 몰라도 역시 비극적 서곡은 그닥... 준비를 별로 안하셨던 듯 하다.

이어지는 말러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도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내가 그닥 가곡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 내가 바로 알아들을 수 없으니 말이다. 자막 보는 것도 일이다. 그런데 이안 보스트리지의 목소리는 정말 미성이었다. 그런데 그런 미성의 향연은 나는 꿈나라로 보낼 뻔 하고... 이안 보스트리지가 별로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저 내가 너무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정말이다. 믿어라.

마지막 2부.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되었다. 내가 막연하게 그리고 있는 벤스케의 스타일과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 작품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옆동네의 음악이니 그럴만도 하다. 더욱이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은 곡 일수록 벤스케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듯 하다.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5번이 딱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곡은 항상 환희를 표현하려고 한다. 오히려 벤스케가 극한의 환희로 밀어붙이지 않고 완급 조절을 잘 수행해준 덕분에 깔끔하게 곡을 풀어낼 수 있었던 듯 싶다. 그런데 1악장의 그런 인상적인 면은 4악장에서 극적으로 구현되지는 않았던 듯 싶다. 왠지 모르게 뒤로 갈 수록 쳐지는 느낌은 기분 탓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오랜만에 음악을 들었던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