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가브리엘, 왠지 익숙하지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향수

2018. 12. 13. 22:58Perfume

#01 뒤를 돌아보며 "왠지 익숙한 향이야..."


난 원래 아재스킨향을 정말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수트를 입을 때는 종종 그런 고전미 아닌 고전미를 풍겨야하는 순간이 종종 있기에 그나마 고급?스러운 스킨 향이 느껴지는 블루 드 샤넬을 구매했었다. (물론 지금 사놓고도 잘 쓰지는 않지만...) 그때 블루 드 샤넬과 함께 딸려온 샘플이 가브리엘이다. 인터넷을 샥샥 검색해보니 샤넬에서 15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향수라고 한다. 과거 샤넬 향수들의 기라성같은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기대를 하고 코를 들이밀어 봤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모든 샤넬 향수들은 이미지가 뚜렷했고 항상 뒤를 돌아보게만드는 향들이었다. 근데 가브리엘도 그렇게 뒤를 돌아보게끔 만들 수 있는 충분히 매력적인 향이다. 그런데 이거 왠지... 어디서 맡아본 향 같다. 샤넬의 제일 큰 장점인 '나는 샤넬이다!!' 가 희석된 느낌?

여기저기 슥슥 찾아보니... 자끄 뽈쥬의 자식인 올리이베 뽈쥬의 작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자손은 아버지의 코는 물려받았지만 그 깊이까지는 물려받지 못했나 보다.


#02 시트러스와 화이트 플로럴의 조화


첫 인상은 약간은 파우더리하게 느껴지는 향을 베이스로 둔 시트러스 향이다. 찾아보니 파우더리한 향은 화이트 플로럴은 자스민, 일랑일랑, 튜베로즈의 작품인 듯 하다. 일랑일랑과 튜베로즈의 파우더리한 플로럴 향과 약간은 코를 한번 슥 스쳐지나가는 자스민향이 제법 잘 어울린다.  시트러스는 자몽과 오렌지 그리고 블랙 커런트같다. 자몽과 오렌지만 표현되기에는 무언가 더 끈적이는 향이 있는 듯 했는데, 그것이 블랙 커런트로 생각된다. 블랙커런트가 들어가면 분류상 시트러스로 분류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무거운 시트러스로 변한다고 느껴진다. 거의 Fruity 수준?

시간이 지날수록 머스크가 들어있다는 것은 얼핏 알겠는데 Orris 가 들어가있는 향은 처음보았다. 자색의 예쁜 꽃에서 나오는 향료인데 설명 상 화이트 플로럴 계열이 만들어주는 파우더리한 향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듯 하다. 버터로 만들어서 먹는다고도 하니, 이래저래 많이 쓰이나보다. 


#03 봄과 가을에 어울리는 향


화이트 플로럴의 파우더리함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시트러스가 풍부하다고 해도 한여름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고 반대로 한겨울에도 그렇게 큰 느낌은 못줄 듯 하다. 시트러스가 메인노트이기에 아마 한겨울이라면 시트러스가 모두 날아간 나머지 노트들이 주된 향으로 변할 듯도 하다. 또 개인적으로 한 겨울의 향은 그래도 풍성하고 끈적한 느낌이 조금은 있어야하는데 가브리엘은 그렇지는 않게 느껴진다. 오히려 봄이나 가을처럼 날이 좋을 때 뿌리면 흩날리는 바람에 버스 정류장에서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마법을 비교적 쉽게 부릴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