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킬리안] 스트레이트 투 헤븐, 술에 빠진 연필심 냄새

2018. 12. 22. 23:02Perfume


#01. 킬리안의 남자향수 베스트셀러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남자라면, 킬리안 매장에서 가장 먼저 추천받을 향수이다. 물론 자신의 향수취향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이고 어떻게보면 킬리안의 향수중에 가장 무난한(?) 향을 보여주는 향수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그리고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에 있는 킬리안 매장을 방문했을 때, 앞의 두 매장에서는 제일 먼저 권해주었던 향수이다.


#02. 술냄새, 연필심 냄새 그리고 건과일 한웅큼


킬리안 향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바로 '럼' 향 일 것이다. 그 럼향중에 가장 럼이 잘 표현되는 향수중에 하나가 스트레이트 투 헤븐같다. 기본적으로 탑노트에서는 럼향이 알콜향과 같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면서 상당한 존재감을 부각시켜 준다. 살짝 표정이 찡그려질 수도 있는데... 뭐 팔에 뿌린 직후에 나는 향은 어느 향수든 다 똑같으니까. 아무튼 그 럼향이 살짝 가실때쯤 본격적으로 Woody 향이 화아악 퍼진다. 보통 Woody 를 표현할 때 많은 사람들이 연필심냄새라고들 하는데 이 연필심 냄새의 기원은 시더우드이다. (연필도 시더우드로 만들었나?) 시더우드랑 패출리가 럼향이랑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고 있는 향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건과일 향이다. 스트레이트 투 헤븐을 착향하고 코로 계속 킁킁거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모르게 단 향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는데, 그 달달한 향이 바로 건과일향이다.

럼, 시더우드, 건과일향의 노래가 끝날때쯤 부터는 그냥 넛맥의 향이 잔잔하게 이어지면서 부담없는 향으로 쭉 지속된다. 


#03. 킬리안의 지속력 만큼은 아니지만, 한나절은 버틴다


킬리안 향수들은 대게 하루종일 지속되고 확산력도 하루종일 유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스트레이트 투 헤븐은 그정도 까지는 아니다. 뭐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기본적으로 달달한 향이 메인 노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휘리릭 날아가는 향들의 조합이기 때문에 이것은 태생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지속력이 짧다는거지 한나절은 꾸준히 향기가 남아있다. 그래도 퇴근할 즈음 해서는 흔적을 찾기는 조금 어렵다. 대신 그만큼 향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므로 킬리안의 향수중에 가장 데일리 향수로 적합한 향수가 아닐까 싶다.


#04. 오히려 여름도 괜찮을 것 같다.


보통 우디향은 가을, 겨울에 많이 추천되고 나도 그렇게 사용하는게 맞다고 본다. 한여름의 수분폭탄을 견딜수 있는 한국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런데 이 향은 오히려 여름에도 퍽 괜찮을 듯 하다. 우디향 자체가 그렇게 강하지 않기 때문에 은은하게 하루종일 유지될 수 있고 달달한 건과일향도 메인노트가 아니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그렇게 부담스러운 향이 아닐 듯 하다. 

오히려 너무 찬 겨울날에는... 글쎄? 겨울에 선호되는 향들을 보면 대부분 끈적끈적한 향들인데 스트레이트 투 헤븐은 그렇지도 않을 뿐더러 무겁지도 않기 때문에 한겨울은 잘 어울리지 않을 듯 하다. 차라리 가을과 봄의 따뜻한 날에 훨씬 잘 어울릴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