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포드] 바닐 파탈, 바닐라를 위한 협주곡

2018. 12. 25. 07:00Perfume


#01. 부담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바닐라 향 - 바닐라를 위한 협주곡


내가 추워질 때 즈음 해서 바닐라에 미쳤던 적이 있었다. 이유는 날이 추워져서...? 여름에는 바닐라를 뿌릴 수 없거니와 생각도 안났기 때문에 그려러니 했는데 날이 추워질수록 바닐라가 엄청 땡겨서 향수도 바닐라향이 급 땡겨서 시장조사를 한번 쫙 했었다.

이것저것을 찾아보다가 압축된 후보군이 있었다. 세르주 루텐의 '엉 브와 바닐', 킬리안의 '우먼 인 골드', 톰포드의 '토바코 바닐' 마지막으로 오늘의 메인인 톰포드의 '바닐 파탈' 이었다.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4개의 제품이 고르게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우열을 가리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한 바, 신세계 강남점으로 출동해서 어떤 향이 좋을지 향기탐험을 시작했었다. 

세르주 루텐의 '엉 브와 바닐' 은 루텐 매니저님에 따르면 모든 향수중에 바닐라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다. 바닐라를 너무 잘 표현한 나머지 바닐라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잘 구운 바닐라 쿠키향? 이라고 보면 딱 될 듯 하다.

킬리안의 '우먼 인 골드' 는 남자인 내가 뿌리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여자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향이기에 나는 손을 때버렸다.

마지막으로 톰포드의 '토바코 바닐' 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향인 듯 했다. 비흡엽자인 내가 이 향을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고민하면서 시향을 해봤는데 역시나 토바코향을 무리였다. 주로 토바코와 바닐라향이 주된 노트로 뿜어져 나왔는데...아무래도 담뱃잎이 나랑은 별로 안맞나보다.

그리고 옆에 있던 '바닐 파탈' 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톰포드에서 만들어놓은 바닐라 향수인 듯 하다. 토바코 바닐에서 토바코가 싹 빠지고 훨씬 부드러운 바닐라향을 구현해냈다. 토바코 바닐이 토바코와 바닐라의 이중주였다면 바닐파탈은 바닐라가 명확하게 이끌고 나가는 바닐라를 위한 협주곡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02. 바닐라, 스웨이드... 그리고 모르겠는 복잡 다단한 향들


바닐라가 메인노트인 것은 확실한데 그 뒤에 따라오는 향들은 대체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바닐라가 명확하게 앞에서 끌고는 가고 있는데 그 뒤에서 울려되는 악기들은 장막으로 가려나서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내 코의 능력이 거기까지 안된다는 것이지만....ㅠㅠ 

그래도 노트 구성에 표현되어 있는 스웨이드는 톰포드의 화이트 스웨이드에서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잘 느낄 수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약간의 파우더리한 달달한 향은 아마 플럼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아주 약간의 럼향도 포착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커피도 조금 보이는 듯 하고 말이다. 이거 정말 복잡한 향이다. 그만큼 복잡한 매력이 있는 향수임에는 틀림없다. 


#03. 겨울을 위한 바닐라향, 봄과 가을에도 텁텁할수도 있겠다.


바닐라가 주된 향조인 향수만큼은 봄과 가을보다도 영상10도 이하의 춥고 쌀쌀한 날에만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오히려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가을의 따스한 날에도 조금은 텁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하다.

지속력은 바닐라 향수답게 하루종일 지속되니 지속력을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될 듯 하다. 출근 후에 뿌리고 퇴근할 때까지 남아있는 향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