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아르스노바3 관현악 콘서트, 모든 것은 말러에서 시작되었다...

2017. 11. 4. 01:14서울시향 서포터즈


간만에 돌아온 아르스 노바 시리즈이다. 기존의 아르스노바 시리즈가 완전한 현대음악 콘서트로 인식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말러와 베르크가 프로그램에 살며시 들어가있었다. 그리고 부제도 이름하여 '모든 것은 말러에서 시작되었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러의 영향을 받은 후대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콘서트를 꾸몄다.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은 아마 '나 음악좀 들었다' 싶으면 아는 곡일 것이다. 말러를 싸부님 모시듯이 생각한 베르크였기에 그에 대한 존경심?에서 나온 곡이다. 티에리 피셔는 이 곡을 첫번째 프로그램으로 정해서 무대로 가져왔다. 기억나는건 망치밖에 없다. 땅땅땅! 도대체 이 지휘자는 음악을 연주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음표를 콘서트홀의 커다란 무주공간에 흩뿌려놓고자 하는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모든 것이 파편적으로 들렸고 그 파편들을 이어주는 접착제를 찾을 수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어떻게 셈여림이 크다! 작다!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렇게 심각성을 띄는 연주는 앞으로 시향팬들에게 큰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저번 환상교향곡때부터 대두된 문제들이 오늘도 그대로 표출되었으며 전혀 개선되지가 않았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 내년의 티에리 피셔 프로그램이 심히 걱정될 뿐이다. 심지어 티에리 피셔의 프로그램이 내년에 엄청 많다.


다음으로 말러의 장송곡이 연주되었다. 교향곡 2번의 1악장을 따로 떼놓은 것이다. (물론 먼저 작곡하고 개정해서 2번 1악장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지루한, 색깔없는 말러의 음악은 처음 들었다.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아무리 피곤한 날 (필자는 오늘 수업을 3개를 들었다.) 이어도 말러의 음악에서는 정신착란증을 일으킬 것같은 마약같은 멜로디로 언제나 각성상태가 되곤 했다. 커피가 없어도 말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의식을 잃었었다. 필자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다깨다를 반복했을 뿐이다. 그리고 의식이 희미하게 돌아올 무렵에는... 크고 작은 소리들의 집합체만 들릴 뿐이었다.


말러의 장송곡에서 숙면을 취한 덕분에 2부에서는 집중할 수 있었다. 진정한 아르스 노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아브라함센의 작품과 힐보리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졌다. 아브라힘센의 작품도 훌륭했지만 힐보리의 작품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힐보리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은 비비아네 하그너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뭔가 영화음악같기도 하면서, 조성으로 흐르는 듯 하다가도 금세 야수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내뿜어주는 아주 재밌는 곡이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비아네 하그너의 강력한 독주아래 마치 안개와 같은 오케스트라가 상당히 적지만 강한 조미료를 넣는 느낌이었다. 특히 인트로를 장식했던 현악기들의 하모닉스를 왔다갔다하는 요상한 소리 (필자는 새소리라고 느꼈다)는 상당힌 인상적인 출발이었다. 또한 마지막에는 소리가 휘리릭하고 사라졌는데 물이 빠르게 증발하는 듯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확 스쳐지나갔다. 최근에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현대음악으로 기억될 듯 싶다. 그리고 기억이 잘 안나는거보니,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