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 테오도르 쿠렌치스 & 무지카 애테르나

2018. 1. 30. 00:37Classical Music



#1

비창에서 뭘 더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제 이 교향곡을 보면 언제나 이런 질문부터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쿠렌치스는 보여주었다. 아주 대범하게 말이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카라얀으로 필두되는 독일 지휘자들이 만들어놓은 아주 세련되고 낭만적인 비창도 아니고, 므라빈스키와 스베틀라노프가 보여주는 시베리아의 차가운 모습도 아니다. 오직 곡에 담겨있는 감정 자체를 송두리째 드러내면서 그 속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쿠렌치스에게 요즘 많이 회자되는 세련미같은 고급스러운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날 것의 맛을 아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품격 한정식이 아닌, 단짠단짠의 클래식 버전이라고나 할까



#2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인데, 카라얀인가 므라빈스키인가... 아무튼 '비창' 에 대하여, 이미 슬픔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곡이기 때문에, 그 해석까지 슬픔의 감정을 가지갈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비창은 늘 슬펐다. 세련된 슬픔, 거친 슬픔, 무감각한 슬픔... 그렇지만 1악장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슬픔에 잠긴듯한 바순의 목소리는 없다. 오직 낮게 깔리면서 앞으로 다가올 폭풍을 예고하는것처럼 음산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클라리넷 소리가 사그러들면서 나타나는 폭풍우는... 슬픔을 토해내는 것이 아닌, 분노에 치밀어올라 울분을 토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다. 뚜띠가 이어질수록 감정이 소모되기는 커녕... 에너지를 더욱 더 극대화하면서 마지막으로 팀파니의 소리로 확 해소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굉장히 센세이션하다. 묘한 것은 이런 해석이 다소 원초적일수 있으나 2악장과 정말 묘한 대비를 이룬다.



#3

3악장은 상대적으로 템포가 빠른 편이다. 여기서 특징이 있다면 상당히 단타로 끊어서 간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악센트를 강조해서 3악장 전체가 작은 파편파편들로 분절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 파편들이 빠른 템포아래 굉장히 유기적으로 엮어간다. 



#4

4악장은 1악장의 연장선상이다. 못다한 이야기를 한없이 늘어놓는 듯 하다.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필자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직접 들어보는 것이 필자가 하고싶은 말을 가장 잘 전달할 듯하기에 아래에 링크을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