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 테오도르 쿠렌치스 & 무지카 에테르나

2018. 12. 26. 00:21Classical Music


#01. 쿠렌치스가 첫번째로 고른 말러 음반


쿠렌치스가 말러를 녹음하면 몇번 교향곡을 첫번째로 녹음할 지 궁금했었다. 그의 성향상으로 보아 2번, 5번, 6번 중에 하나일 듯 보였는데 쿠렌치스는 6번을 맨 처음으로 골랐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가 평소에 만들어내는 음악 스타일을 고려해본다면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을 녹음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을 공략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흥행할 수 있는 당연한 수순인가


#02. 다듬어지지 않은 맛


그 동안 많은 말러 음반들이 다듬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바도의 명쾌한 정리에서 출발해서 하이팅크의 세련미가 돋보이는 음악들, 그리고 온전히 오선지상의 음표만 남기며 철저하게 냉정하게 간 불레즈까지 많은 음반들이 그동안 복잡한 말러 음악들을 깔끔해보이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여기에 반기를 든 것이 래틀오..옹? 래틀의 말러 해석은 혼돈이다. 말러의 복잡다단한 면을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대로 풀어놓고 더 복잡하게 만들어서 카오스로 밀어붙인다. 그의 말러 9번 음반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겁했듯이 말이다. 

쿠렌치스는 이 두 흐름 사이를 아주 교묘하게 파고 들어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거칠고 과격해보이면서 복잡한 면을 굳이 정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듣다보면 래틀의 음악처럼 그렇게 복잡을 지나서 난잡한 모습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복잡해지려고 하면서도 오케스트라를 가속시키면서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 음반을 듣다보면 마치 철저하게 계산된 비극 서사시인 듯 하다. 

무지카 에테르나의 음색도 정교하게 다듬어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를 농도를 조절하면서 내뿜어준다. 마치 말러가 표현하고자 했던 '비극적' 이라는 단어를 음악적으로 이렇게도 해석해낼 수 있구나...를 깨닫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