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 - 안네 소피 무터 + 만프레드 호넥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Dvorak Violin Concerto - Anne-Sophie Mutter + Manfred Honeck & Berliner Philharmoniker

2017. 9. 1. 08:45Classical Music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의 그늘에 밀려 잘 연주되지 않는 협주곡이 2개 있다. 하나는 오늘 이야기할 바이올린 협주곡이고 다른 하나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피아노 협주곡은 잘 연주되지 않는 이유를 알겠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이 잘 연주되지 않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잘 연주되지 않는 이유는 다음의 2가지중에 하나일 것으로 추측한다. 음악적으로 드보르작의 개성을 뚜렷하게 담고 있지 못하거나, 안네 소피 무터만큼 잘 연주할 수 있는 바이올리스트가 없거나 말이다.


안네 소피 무터는 이 곡을 같이 연주할 파트너로 만프레드 호넥과 베를린 필하모닉을 선택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선택한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갔었다. 이미 카라얀 시절부터 인연을 길게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프레드 호넥은 조금 의외였다. 필자는 그의 드보르작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간간히 음반으로 출시되는 그의 음반은 항상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었다. 


결국 무터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음반을 통해서 매우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먼저 무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무터의 연주는 과거에 늘 그래왔듯이 정경화를 연상시키는 아주 강하고 짙은 보잉, 또렷한 소리 그리고 자신감이 느껴지는 해석을 보여주는 듯 하다. 1악장부터 3악장의 끝에 이르기까지 그의 연주는 앞을 보고 달려간다는 기분만 느끼게 해준다. 1악장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어택으로 출발하고 그런 기조를 끝까지 이어간다. 끝으로 이어질수록 더욱 더 진한 보잉을 보여주면서 이는 2악장 초반부의 비브라토를 자제한 선율과 묘하게 대비되면서 긴장감을 일으킨다. 그 다음으로 다시 풍부한 비브라토와 함께 드보르작의 작품답지 않은 진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더욱 재밌는 점은 호넥과 베를린필의 연주이다. 이들의 연주도 무터의 연주못지 않게 진하며 스케일이 무척이나 크다. 얼핏 들어도 상당히 많은 수의 현악기 연주자를 동원한 듯한 소리로 무터의 연주를 받쳐주고 있다. 정확히 여기서는 받쳐준다는 단어보다는 무터의 소리와 훌륭하게 섞인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오케스트라는 시종일관 매우 장대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곡을 함께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속적으로 심어준다. 1악장의 마지막 부분, 3악장의 여러 부분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3악장의 출발은 정말로 짜릿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긴장감있는 3악장의 첫 부분은 들어보지 못했다. 무터의 낭랑하고 날렵한 선율과 잠깐의 빈틈에 호넥과 오케스트라는 매우 빠르고 긴장감있게 피치카토를 구사하고 사라져버린다. 모든 악장을 통틀어서 가장 짜릿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런 긴장감은 끝까지 이어진다. 곡의 끝으로 향할수록 템포의 완급조절을 통해서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무터는 그 순간에서도 한음한음 또렷한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고음에서 저음으로 순차적이고 빠르게 떨어지는 무터의 테크닉은 무척이나 짜릿하다. 아울러 호넥과 오케스트라도 이에 호응하듯이 웅장하고 날렵하게 끝을 맺어준다.


같이 커플링되어 있는 드보르작의 주옥같은 곡들도 꼭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특히 바로 이후에 연주되는 드보르작의 로망스는 무터의 짙은 소리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특히 이런 가을(?) 같은 날씨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