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 불새 - 이반 피셔 &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2017. 9. 15. 00:09Classical Music



피셔는 스트라빈스키라는 작곡가에 대하여 매우 관심이 많은 듯 하다. 한 음반에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적인 두 곡인 봄의 제전과 불새를 모두 담은 것도 그러하고, 더불어 앵콜곡으로 같이 삽입된 스케르쵸와 탱고까지, 이반 피셔는 이 한 장의 음반으로 그가 생각하고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한다. 여기에 삽입된 곡 외에, 피셔는 '카드놀이' 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트라빈스키의 작품까지 종종 무대에 올린다. 이 연주는 베를린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영상을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피셔가 스트라빈스키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적으로 보면 그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곡들을 선택하다보니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아졌을 것이다. 피셔는 다른 지휘자들과는 조금 다르게, 몇몇 작곡가들을 제외하고는(브람스, 말러, 베토벤등) 특정 작곡가에 몰입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즉 그가 본인의 스타일로 해석해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작품만을 무대와 음반을 통해서 세상에 보여준다. 브루크너만 봐도 그렇고 R.슈트라우스의 작품등도 그러하다. 또 다른 이유는 피셔의 생각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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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듬을 통해서 스트라빈스키는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고, 이반 피셔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이 리듬을 씨앗으로 삼아서, 비트, 락, 랩, 미니멀리즘 음악등이 탄생했고 피셔는 이것을 Artistic Revolution 이라고 표현한다. 즉 그는 스트라빈스키를 20세기의 베토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베토벤에 대한 그의 인터뷰 (교향곡 3번)를 보면 그는 이와 비슷하게 교향곡 3번 '에로이카' 의 출현은 당시의 판을 뒤엎어놓는 사건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혁명적인 작곡가의 작품을 이반 피셔는 매우 적절하게, 본인만의 스타일로 풀어낸다. 피셔의 음악적 색채에 대한 탐미성은 이 음반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조금 더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음반만큼 음색에 대해 깊이 탐미하고, 어떨 때는 섹시하게 들리는 작품은 별로 없을 것이다. 봄의 제전에서 들리는 도입부만 보아도 그러하다. 그 어느 지휘자가 바순의 멜로디를 이렇게 섹시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탐미성은 봄의 제전보다 불새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목관파트가 펼쳐놓는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에 빠져드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특히 이런 탐미성은 피셔가 추구하는 극강의 디테일과 합쳐져서 매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단순히 모든 음표를 질서정연하게, 논리적으로 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각각의 선율, 리듬들을 매우 아름답게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Infernal Dance 에서 표현해내고 있는 각종 악기들의 음색의 향연은 이 음반에서 가장 포인트라고 하고 싶다. 이어지는 Finale 는 피셔의 재치가 살짝 엿보이기도 하는데, 비록 귀로 듣는 것이지만 마치 불새가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로 날아가는 듯한 이미지 (마치 앨범커버처럼) 가 연상되게끔 연주된다. 

언젠가 출시할 페트루슈카가 정말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