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 베아트리체 라나 + 안토니오 파파노 & 산타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2017. 9. 28. 15:21Classical Music



그라모폰 선정 올해의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베아트리체 라나의 협주곡 음반이다. 난이도에도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운 정도를 넘어서 대성통곡을 할 수도 있는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온 국민이 모두 아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골랐다. 둘 중에 하나만 했어도 충분히 음반으로서의 가치가 있었을텐데 2곡을 한꺼번에 묶어서 발매해주다니, 청자의 입장에서는 고마울 뿐이다. 이 두 곡 중에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금의 라나를 있게 해준 곡이다.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연주되었고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상중에 하나이다. 과연 음반으로 어떻게 나왔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알찬 구성도 중요하지만, 더더욱이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다. 우선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의 경쾌함에 밀려서 잘 연주되지는 않지만, 그 어떤 피아노협주곡보다 그로테스크가 풍기는 매우 인상깊은 작품이다. (사실은 너무 어려워서 연주가 잘 안될수도 있다. 작곡가인 프로코피에프 본인도 제대로 못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분위기상 살짝은 정신놓고 연주해도 되는 곡이지만, 난이도가 난이도인지라 테크닉을 마스터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괴물같은 곡을 라나는 깔끔하게 풀어낸다. 


가장 많이 비교하게될 음반이 윤디의 음반이 아닐까 싶다. 지난번 내한공연에 참사를 일으키고 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때는 윤디가 잘 나갈 때도 있었다. 아무튼 그가 오자와 & 베를린필과 녹음했던 프로코피에프 음반은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반일 것이다. 단순히 마케팅적 측면에서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잘 녹음되었다. 윤디가 프로코피에프를 감정적으로 다가가기위해 노력했다면 라나의 프로코피에프는 그보다 훨씬 이성적인면에 가깝다. 윤디보다 좀 여유로운 템포와 깔끔한 타건 그리고 하나하나 재단한 듯한 해석은 윤디의 해석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특히 4악장말이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이번에 서울시향과도 협연한다. (2017.09.29) 다만 지휘자가 백그라운드를 든든히 받쳐주던 파파노와 산타체칠리아가 아닌 것만 빼면 상당히 기대가 된다. 라나의 차이코프스키는 프로코피에프에서 들었던 것처럼 상당히 세련됐다. 먼저 포문을 여는 파파노와 산타 체칠리아의 호른 및 총주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뒤이어 이어지는 현의 멜로디도 파파노가 다른 음반에서 들려주었던 것처럼 서정미가 돋보인다. (아마 파파노의 다른 음반이 마음에 들었다면 여기서 그가 들려주는 반주도 마음에 들 것이다.) 이어지는 라나의 연주는 러시아의 '날 것' 의 미학보다는 지중해의 '잘 익은 고기' 와 와인을 떠올리게 한다. 많은 경우 이 곡은 공격적으로 연주하면 어느 정도는 성공하는 곡이다. 그 만큼 중박이상 터뜨릴 수 있는 어느정도의 모범적인 코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라나는 그런 공격적인 연주보다는 (템포를 엄청 빠르게 간다던가, 기교를 엄청 강조한다던가 - 아르헤리치, 호로비츠같이) 상당히 정갈하게 청자들에게 다가간다. 바로 이런 낯설고 설득력있는 연주가 그녀를 반 클라이번 실버 메달리스트로 이끌었으리라 생각한다. 


2악장도 매우 훌륭하다. 오히려 이런 연주는 1악장보다는 2악장에서 빛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경우도 그러하다 (1악장이 구리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2악장같은 경우는 오히려 라나가 파파노의 오케스트라를 반주해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첼로의 솔로도 따뜻한 느낌을 충분히 내주고 있으며, 목관의 솔로들도 매우 아름답다. 물론 뒤에는 라나의 피아노가 잔잔히 울려퍼진다. 거구의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은 만들 수 없는, 그런 감성이다.


마지막 3악장의 시작에서 곡 특유의 공격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듣다보면 라나가 구축해놓은 논리에 수긍하게 된다. 공격성을 조금 양보하는대신 그녀는 차이코프스키로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리듬을 만들어서 청자에게 다간다. (이것은 반주를 맡은 파파노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 리듬감이 계속 듣다보면 조금 억지로 만든다는 느낌이 있지만 오히려 과한 것보다 앞뒤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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