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콘서트 프리뷰: 동화, 세헤라자데

2017. 11. 16. 13:51서울시향 서포터즈


온 국민이 알 법한 곡인 세헤라자데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울려퍼진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곡으로 선정된 덕분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다른 말로 덧붙이면, 피켜 스케이팅에 사용될 정도로 무척이나 아름다운 곡이다. 그렇지만 연주하기 결코 만만한 곡이 아니다. 

곡 자체가 많은 내공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들으면 왜 세헤라자데, 천일야화인지 금방 인지가 되니 곡에 대한 이야기는 안하겠다. 다만 이번에 찾아오는 크와메 라이언이 조금 궁금하다. 일단 흑인 지휘자이다. 서울시향에 종종 놀러오시는 흑형팀파니는 자주보았기에 이제는 익숙하다 (자주좀 와주세요 그리워요) 그렇지만 흑인 지휘자는 정말 크와메 라이언으로 처음 접했다. 이제야 생각해보니 유독 클래식계에서는 흑인이 거의 없다. 뉴욕필 영상을 볼 때는 금관이 몇명 나와서 연주자는 있구나 싶었는데 지휘자는 정말 처음이다. 구글링을 해보니, 캐나다 출신의 지휘자이다. 토론토에서 태어났고 주로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에서 음악적 커리어를 쌓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보르도에서 커리어를 쌓았다니, 자연스럽게 세헤라자데가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세헤라자데는 게르만 감성으로 연주하면 그 맛이... 잘 살아나지 않는 곡이다. 다른 러시아곡이 늘 그렇듯이, 러시아 곡은 게르만 지휘자보다는 보헤미아, 이탈리아, 프랑스등 주변국 아니면 아시아 지휘자가 연주하는 것이 훨씬 색다른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 세헤라자데도 똑같다. 그들만의 감성은 수학적 이성으로 흉내는 낼 수 있어도 쏘울을 담을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음반만큼은 게르기에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음반을 즐겨 듣는 편이다. 평소에는... 게르기에프는 거의 듣지 않는 지휘자이다. 너무 막가파로 음악을 만드는 듯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게르기에프의 러시아 레파토리만큼은 인정한다. 게르기에프 나름의 음악관을 철저히 구축하고 있으며 그의 러시아 음악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는데 성공했다. 넘실거리는 세헤라자데의 세계로 넘어와보시라. 




또 다른 중요한 손님이 이 날 무대에 오른다. 바로 베를린필 하프 연주자 랑글라메이다. 그래 디지털 콘서트홀에서 한쪽에서 묵묵히 하프를 연주하시던 그 분이 서울시향과 협연을 위해 왔다. 하프 협주곡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낳설기는 하다. 필자도 한 번도 하프협주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 한 번 있는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날 연주되는 하프협주곡은 히나스테라의 곡이다. 아르헨티나의 작곡가이다. 필자는 이 작곡가의 음악을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의 아르헨티나 앨범을 통해서 한번 접해본 적이 있다. 이 음반에는 남미 음악가인 피아졸라, 히나스테라 그리고 골리호프의 음반이 들어있다. 피아졸라는 워낙 유명하니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히나스테라와 골리호프의 음악은 굉장히 리듬감이 원초적인 음악이다. 리듬감의 원초적 느낌은 흔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을 떠올릴 수 있다. 이것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봄의 제전이 구대륙의 원초적 리듬감이었다면, 히나스테라의 작품은 신대륙의 원초적 리듬감이다. 둘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현대음악이라고 귀를 다 틀어막지 말고, 현악기들이 만들어내는 극한의 리듬감을 맛보는 것도 이번 하프 협주곡을 감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