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 김선욱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2017. 12. 2. 01:22서울시향 서포터즈


오스모 벤스케가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다시 돌아왔고 꽤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프로그램은 닐센 교향곡 4번과 김선욱이 협연하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특이하게도 협주곡을 뒷편에 넣었다. 사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주곡이라고 불러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바르토크식 표현을 빌리자면 피아노를 위한 교향곡? 정도가 될 뜻 하다. 연주시간도 거의 50분이기 때문에 왠만한 교향곡 못지 않다.


먼저 1부를 화려하게 장식해주었던 닐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닐센 교향곡 4번 '불멸' 은 인간의 긍지...? 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 수록 긍지를 더 높게 표현하기 위해서 오케스트라는 더더욱 가속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히 4악장에서 만들어내느 환희는 객석에서 충분히 브라보를 불러줄만 하다. 벤스케는 그의 전매특허인 롤러코스터 해석을 오늘도 과감하게 실현해주었다. 여러 음반으로 예습을 하고 갔었지만 대부분의 음반의 경우, 음악의 전체적인 구조를 고려해서 적정한 템포의 수준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벤스케의 해석은 확실히 빠르고 감정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은 채, 감정의 환희로 채워야할 부분을 다이나믹으로 채웠다. 그리고 서울시향 단원들도 제법 잘 따라와주었다. 다소 부분별로 러프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면이 오스모 벤스케의 해석과 만나면서 전체적으로 볼 때, 악구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도 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이런 러프한 면도 마지막 악장으로 향할수록 사라지고 앙상블의 밀도가 굉장히 높아지면서, 보기 드문 호연을 선사해주었다. 역시 오스모 벤스케이다. 상임으로 왔으면...


그리고 이어지는 김선욱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도 꽤 괜찮았다. 그렇지만 혹자는 아마 혹평을 할 것이다. 이 공연은 들으면서도 호불호가 명백하게 갈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래틀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처럼 말이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김선욱의 똑똑함? 이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프리뷰에서 이야기했듯이 굉장히 어려운 곡이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곡중에 명곡이지만 정작 콘서트홀에 올라오는 것은 거의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왠만한 피아니스트들도 협주곡 1번만 녹음하고 협주곡 2번은 거의 녹음하지도 않는다. 생각을 해보시라, 최근에 나온 음반중에 넬슨 프레이레와 샤이의 음반을 제외하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브람스 음반이 있는지, 곡이 유명한 것에 비해서 지나치게 빈도가 낮다. 그렇다는 것은 피아니스트들이 꺼린다는 말이다. 자꾸 이야기가 다른쪽으로 세는데...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 브람스의 악보를 펼쳐보면 사람들은 놀랜다. 필자도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분명히 들었을 때는 여타 낭만파 작곡가들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브람스가 구축해놓은 음악의 구조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무척 편해보이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보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기교와 이해를 필요로 한다. 말러의 음악이 악보를 펼쳐도 어렵고 듣기도 힘들다면, 브람스의 음악은 듣기는 편해도 악보를 펼치면 지옥이 시작된다. 이런 의미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야말로 피아니스트들에게 지옥인 셈이다. 게다가 왠만큼 잘해도 티가 안나는 것이 바로 브람스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이 있어야한다. 이제 브람스의 음악이 왜 어려운지 이야기 했으니(내 생각이다) 협주곡 2번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늘어지기 정말 쉬운 곡이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그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만한 음반에서는 거의 다 음악이 늘어져서 줄넘기 줄처럼 출렁출렁거려서 긴장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에 긴장감과 자기의 이야기를 넣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간과 연륜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세기의 천재가 아니고서는 뺣! 하고 나타낼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바로 음악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김선욱은 오늘 후자를 선택했다고 느꼈다. 우선 템포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심했다. 부분적으로 밀도를 바꿔가면서 다이나믹을 만들어내고 그가 제일 잘하는 베토벤을 연주하는 듯한 타건감으로 콘서트홀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아마 혹자는 이것을 보고 브람스를 모욕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필자가 들을 때는 꽤나 영리하고 지혜로운 결정이었고, 연주 자체도 꽤 괜찮았다. 특히 뒤쪽으로 갈 수록 매우 좋았는데 3악장과 4악장이 정말 좋았다. 특히 4악장은 정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벤스케와의 협연을 한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선욱이 선택한 방식은 벤스케가 평소에 연주하는 스타일과 꽤 비슷했다. 롤러코스터처럼 다이나믹의 변화에 극심한 변화를 주어서 음악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 말이다. 두 명 모두 브람스의 롤러코스터를 생각했기에, 서로간의 합이 맞았던 안맞았던 간에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동등한 위치에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다이나믹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분 합이 맞이 않는 부분도 꽤 있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연주의 방식이 일치했기 때문에 호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 두 곡을 3일간의 3시간씩 리허설로 맞춘다는 것은... 아직 서울시향의 기량으로써는 힘들다) 


김선욱을 다시봤다. 오랜만에 그의 음반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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