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콘서트 프리뷰: 신성한 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017. 12. 6. 18:34서울시향 서포터즈


라흐마니노프가 신성한 시 같다는 것이 절대 아니니 네이밍에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꽤나 흥미롭다. 우선 사골중에 100번은 넘게 우려먹어서 더 이상 나올 사골도 없을 것 같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된다. 협연하는 연주자는 지난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자 (몇년도인지 까먹음) 라고 하니 아무리 사골이어도 사골의 미토콘드리아까지 추출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일단 기대하고 보는 것이다. 사실 이런 너무나 유명한 레파토리는 아무리 잘 연주해도 본전도 못찾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는 매우 부담이 될 것이다. 상상해보자. 아무리 잘 쳤어도, 연주자는 과거의 명장과 비교를 당하게 된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새로운 '설득력' 있는 해석을 관객에서 보여주는 면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 이 곡이 이렇게도 연주될 수 있구나'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 새롭고 설득력있는 해석을 들려주는 연주자를 '잘 친' 연주자보다 선호하는 편이다. 맨날 똑같으면 지겨우니까






수많은 명반중에, 너무나 유명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락 내리락을 자주하는 음반을 제외하고 두 개를 가져와봤다. 우선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오자와 & 보스턴 심포니가 녹음한 음반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이 음반은 짐머만의 스타일이 너무나 강하게 녹아들어 있기에 (안그런 음반이 없기는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서정성과는 안어울릴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했다싶이 비슷비슷한 음반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깊게 들어간 음반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가져와봤다. 뭐 그렇다고해서 연주가 구린 것도 아니고. 진머만답게 잘친다. 


두번째로 가져온 음반은 내년에 서울시향으로 행차해주시는 바실리 페트렌코와 시몬 트리프체스키의 음반이다. 이 음반은 기존의 라흐마니노프가 가지고 있던 짙은 우수와 낭만이 강조되기보다는,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이나믹에 훨씬 집중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 음반을 처음 켠 순간부터 확 느껴지는 그 느낌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라흐마니노프의 감성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다. 매우매우매우 추천한다. 더불어 바실리 페트렌코와의 궁합도 엄청 잘 맞는다. 마치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같이 협주하는 것 같다. 피아노 협주곡이라기보다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말이다.







다음으로 이번 공연의 본 게임인 스크리아빈의 교향곡 3번 '신성한 시' 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스크리아빈이 미친놈이란 건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는 이야기이니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 (와따시와 카미데아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의 교향곡들도 상당히 요상하다. 오묘한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이런 오묘한 교향곡은 아마 스크리아빈이 아니면 작곡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오묘한 느낌은 그의 교향곡 4번 '법열의 시' 부터 나오는 신비화음때문에 그렇다. 아직 3번에서는 그런 신비화음은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신비화음의 징조를 교향곡 전체로 표현해주고 있으니 말 다했다. 마약은 불법이니 마약 간접체험 해보고 싶으시면 콘서트홀에 와서 직접 들으면 될 꺼 같다. 


음반으로는 게르기에프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작품을 가져왔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음반커버도 스크리아빈의 뇌를 표현해준 듯 하다. LSO 음반 커버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것만큼은 마음에 쏙 든다. 아! 게르기에프는 이런 곡을 참 잘한다. 러시아 레파토리이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내야할 때 말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도 그렇고, 무소르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도 그러하다. 무튼 필자도 그렇게 깊게 들어본 편은 아니어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정신과 의사인 시노폴리의 멘탈적인 해석보다는 이 음반이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