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콘서트 리뷰: 베토벤 교향곡 9번+

2017. 12. 22. 00:20서울시향 서포터즈


올해의 마지막 콘서트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다. 늘 그렇듯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울려퍼졌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1부에 브루크너의 테 데움이 추가되었다는 것. 그리고 지휘봉을 피셔가 잡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통상 서울시향의 관객들이 겪었던 '합창' 과는 너무나 다른 콘서트였다. 


테 데움은 프리뷰에서 밝혔듯이 처음 들어봤다. 웅장한 맛이 일품이라는 것은 알았다. 종교음악이라는 것도 들으면 딱 알 수 있을 듯 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별 감흥이없었다. 명확한 원인은 2부에서 밝혀지는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은 참 많이 들어본 곡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과 같은 날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늘은 명백한 날림공연이었다. 우선 피셔는 템포를 굉장히 빠르게 잡았다. 필자의 기준에서 빠른 템포는 오스모 벤스케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템포이다. 체감상으로는 더 빠른 것 같았다. 물론 빠른 것으로 인해서 뭔가 노림수가 있었다면, 그 나름대로 인정받을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오늘 공연은 그냥 빠르기만 했다. 피셔가 이 곡에서 뭘 표현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뭘 의도하는지도 잘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단 하나 명확한 것은, 막판에 윽박지르는 베토벤을 만들어서 관객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는 정도? 곡이 진행되는 동안 빠른 템포로 인해 느껴지는 긴장감(이걸 긴장감이라고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더불어 빠른 템포를 취함으로서 잃어버린 것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단원들의 실수. 서울시향은 이 곡에 매우 단련되어있는 악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실수가 연달아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 템포의 문제일 것이다. 너무나 빠른 템포때문에 치고 나올 순간을 놓쳐버린 것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 수록 이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치고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파트간에 어긋나기까지 하는 것이 너무나 훤하게 귀에 들어왔다. 필자의 귀를 의심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당연히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세부묘사. 이 곡은 정말 아름다운 곡이다. 그렇지만 오늘의 연주는 그 아름다움을 프레스기계로 꽉 압축시켜놓은 듯 했다. 오스모 벤스케는 빠른 템포에서도 자기가 가져갈 아름다움은 몽땅 가져간다. 그렇지만 이 공연에서는 빠른 템포에서 아름다움이란 요소는 다 길에 흘려버렸다.


그 와중에 객원으로 오신, 이제는 은퇴한 RCO의 콤스트 할아버지는 참 찰지게 치시더라. 근데 콤스트도 이 템포에 적응이 안되었는지 흠칫흠칫 하는 모습들이 꽤 많이 포착되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필자가 앉았던 자리는 콤스트의 표정과 몸짓이 전부다 보이는 자리이다. 콤스트는 팀파니를 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년에 피셔가 지휘하는 큰 공연들이 걱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