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강의 코른골드 협주곡

2017. 9. 9. 01:01서울시향 서포터즈


프로그램은 정말 매력적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아무때나 들을 수 없는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도 그렇고 브루크너를 연주해준다는 것은 언제나 반갑다. 이 두 곡이 어떻게 요리될 수 있을지 매우 기대가 컸었다.


먼저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한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은 '나쁘지 않았다'.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은 무대에 자주 올려지는 20세기 바이올린 협주곡중에 가장 유명한 곡일 것이다. 멜로디 라인이 과거의 음악보다 훨씬 현대인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실제로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코프스키등이 보여주지 못하는 감성을 코른골드는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그런데 사실 이런 풍부한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는 곡은 굉장히 위험하다. 연주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선율이 가지는 그 이상의 감동을 청자들에게 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중박은 쉽지만, 대박을 터뜨리기는 엄청 어렵다. 클라라의 연주를 '나쁘지 않았다' 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클라라의 연주는 테크닉도 괜찮았고 보잉도 괜찮았고 텍스쳐도 롯데콘서트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 한도를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코른골드의 작품을 더 빛나게 해줄 그 '무엇' 은 보이지 않았다.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은 필자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었다. 지난번 슈텐츠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워낙 머릿속에 강력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역량을 서울시향과 포펜에게 무의식적으로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기준에서 보면 이번 공연은 정말정말 아쉬운 면이 너무나 많다. 먼저 포펜이 추구하는 브루크너가 과연 무엇인지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첼리비다케를 연상시키는 느린 템포를 설정하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템포를 평균 속도보다 빠르게 설정했다. (4악장 초반부) 이런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 구성되지 못하고 각각 독립적으로 놀다보니 큰 그림을 명확히 잡을 수 없었다. 때문에 각각의 독립적 요소들을 보면 꽤 괜찮은 부분도 많았지만 이것들이 연결되었을 때는...글쎄? 


브루크너는 그 어떤 작곡가보다 지휘자의 논리가 필요하다. 브루크너의 작품은 곡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건축물을 쌓듯이 전진해야하기 때문이다. 브루크너의 음악은 마치 재밌고 잘 만들어진 소설처럼 후반부에, 전반부에 심어두었던 복선들을 하나씩 터뜨리면서 거대하고 짜릿한 클라이막스를 이루어야 성공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매 순간이 클라이막스였다. 이렇다보니 정작 쾌감을 느껴야하는 곳에서는 시큰둥하였다. 특히 4악장... 롯데 콘서트홀의 울림만이 공허에서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