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라이브 시네마 콘서트

2017. 9. 22. 01:42서울시향 서포터즈


이번 서울시향의 정기공연은 매우 색다르면서 성공적이었다. 우선 '영화' 라는 매체를 통해서 평소에 클래식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콘서트홀로 오게 만들었다. 서울시향의 관객층을 보다 넓힐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콘서트홀에는 상당히 다양한 연령층이 앉아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다양한 편이지만, 오늘은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평소에 클래식을 즐기지만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치를 떨었던 (마치 나같은) 사람들에게 영상과 함께 현대음악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굉장히 혁신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번 상상해보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없이, 그저 리게티의 음악이 콘서트홀에 울려퍼졌다면, 그것을 과연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었을까? 시각적으로 들어온 자극이 청각과 만나면서 청자들에게 매우 논리적으로 전달되었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었다. 앞으로 영화를 매개로 청중들에게 클래식 음악, 현대 음악이 다가가고 꾸준히 이어진다면, 이런 형식도 하나의 콘서트 종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렇지만 서울시향의 연주는 실망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음악들이 매우 느슨한 느낌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울수가 없었다. 리게티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음악이라고 보기보다 음향 혹은 소리의 공간적 체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주를 논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다른 곡들, 특히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아름답고 푸르기는 한데 강변은 마치 서울의 무질서한 도시계획을 보는 듯 했다. 오늘은 특히 그 정도가 심했는데 기본적인 '합' 이 안맞는 곳을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었다. 물론 평소의 조건과는 다르게, 어두운 환경에서 지휘자도 잘 안보이고, 악보도 잘 안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음악의 밀도가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이 불가능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