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에센바흐와 마티아스 과르네

2017. 10. 14. 01:10서울시향 서포터즈



이제는 꽤 익숙해진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마티아스 과르네와 같이 무대에 올랐다. 그만큼 기대도 컸다. 항상 이런 문구 뒤에는 이런 말도 따라온다. 실망도 크다. 이 공연을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성악이 들어간 곡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쓸 것이 없다. 다만 남들이 정말 좋았다고 하는 공연에는 공감하는 편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공연에서는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목소리(음색)이 곡의 분위기와 그렇게 잘 어울린다고 느끼지 못했고, 또한 그렇게 감정이 실려있는 것 같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따로따로 연주하는 느낌이 다분했다.


오늘 기대하고 갔던 브람스 피아노 콰르텟 쉔베르크 편곡 버전도 1부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1, 2악장에서는 유독 에센바흐답지 않은 부분이 몇 부분이 계속 감지가 되서 듣는 내내 갸우뚱했었다. 물론 필자가 에센바흐 본인이 아닌만큼 그의 의도를 모두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에센바흐의 스타일은 듣다보면 수긍이 가는, 그런 연주였다. 나름의 논리체계를 쭉 끌고가는 느낌이 저번 공연들에서 느껴졌었지만 1악장과 2악장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저 음악이 흘러가는대로 두는 듯 했다. 자신이 별로 터치할 것이 없는 오케스트레이션이던지, 아니면 시간 관계상 연습을 못했던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렇기 때문에 시향의 연주도 좀 이상했다. 


3악장가서는 에센바흐의 움직임이 좀 많아졌었다.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이 곡에 들어가기 시작한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에센바흐에게 기대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1,2악장에서 보여주지 못하던, 혹은 좀 이상했었던 해석들이 싹 걷히고 경쾌하고 다이나믹한 3악장이 펼쳐졌었다. 특히 행진곡처럼 곡의 분위기를 전환시킨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4악장도 전반적인 면에서는 3악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에센바흐도 이를 인지했는지는 몰라도 3악장과 4악장 사이에는 쉼이 없었다.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나름 경쾌하게 연주했지만, 중간중간 설득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좀 있어서 들으면서 당황했었다. 그 밖에 중후반부에 위치한 피콜로 클라리넷의 기막히 솔로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서 너무나 아쉬웠다. 너무 어려워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에센바흐가 일부러 소리를 그렇게 낮춘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논외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는데, 다른 수석들의 1,2부 교체는 안보이는데 유독 플룻 수석만 1,2부 교체가 되는 것을 지난 몇 번의 공연에서도 확인했고 이번에도 확인했다. 저번에는 1부에는 아예 수석이 안보이다가 2부에서야 나타나곤 했는데 오늘은 1,2부 다 있기는 했지만 자리가 달랐다. 퍼스트와 세컨의 역할과 기능이 명백히 다른데,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