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콘서트 프리뷰: 스티븐 허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2017. 10. 17. 22:32서울시향 서포터즈



이번 공연은 프로그램보다 협연자와 지휘자에 더 주목해야할 듯 싶다. 우선 협연자는 스티븐 허프이다. 수많은 명반을 남겼고 그라모폰 상을 밥먹듯이 탄 연주자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 스티븐 허프는 단연 돋보인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협주곡에 그치지 않고 실내악, 솔로등 다방면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몇 안되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리고 허프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유튜브에 Stephen Hough 를 검색하면 그의 연주영상도 많이 나오지만그의 인터뷰 영상도 굉장히 많이 나온다.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으로 음반을 남겼다. 게다가 이 음반은 2005년에 그라모폰 상을 받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허프가 라흐마니노프를 들고 서울시향에 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연주되는 레파토리인 협주곡 2번과 3번이 아닌, 1번을 들고 온다. 1번은 2번과 3번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고 많이 연주되지는 않지만, 라흐마니노프의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곡은 협주곡 2번, 3번보다는 아담하게 느껴진다. 2번, 3번이 교향곡 2개가 동시에 연주되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면 이 곡은 온전한 피아노 협주곡처럼 들린다. 필자가 선택한 음반은 짐머만이 남긴 음반이다. 그의 라흐마니노프가 2번, 3번 협주곡에서 표현되는 특유의 서정성을 깊게 들려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철골 프레임같은 구조가 더 돋보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런 특징이 1번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짐머만이 이끌고 가는 음악을 선명하게 듣고 싶다면 들어보시길






서곡으로는 슈레커의 Ekkehard 가 연주된다. 이 곡은 처음 접하는 곡이다. 물론 작곡가도 마찬가지이다. 찾아보니 19세기 말, 20세기 초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곡가이다. 스타일은 R.슈트라우스의 교향시와 비슷하다. 실제로 곡도 교향시처럼 들린다.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를 좋아한다면 이 곡도 큰 거부감없이 들을 수 있다. 선택한 음반은 이번에 서울시향을 지휘하는 바실리 시나이스키의 음반이다. 과연 음반이 들려주는 음악과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음악이 어떻게 다를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2부에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 연주된다. 이 교향곡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 러시아의 거장들이 이 곡을 거의 완성해놓은 나머지, 최근에 그렇게 인상깊은 연주를 별로 접하지 못했었다. 혹자는 과거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녹음한 음반이 있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이 음반이 잘 연주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시향이 이 곡을 많이 연주하기는 했어도, 음반으로 출시된 결과는 실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오히려 유튜브에 있는 교향악 축제 때 연주된 영상이 인상적이다. 


고른 음반은 미셸 타바치니크와 브뤼셀 필하모닉이 연주한 음반이다. 우연히 접한 음반인데 상당히 투명하면서 다이나믹한 비창을 완성시켰다. 성부의 좋은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비창의 분위기를 심화시키는데 성공한, 몇 안되는 음반이다. 두번째로 고른 음반은 블라디미르 유롭스키와 런던 필하모닉 (런던심포니가 아니다)의 음반이다. 이미 교향곡 6번말고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집을 완성한 젊은 지휘자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컨트롤하면서 전체적인 구조를 튼실하게 유지하고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