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 & 6번 - 토마스 쇤더가드 & 웨일즈 BBC 내셔널 오케스트라

2017. 11. 24. 23:00카테고리 없음


그의 첫번째 데뷔 앨범이었던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 7번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많은 지휘자들이 북유럽의 숲을 시벨리우스에게 담고자 했다면 쇤더가드의 시벨리우스는 북유럽의 숲속에 있는 작은 산장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듣는 듯 하다. 그만큼 그의 시벨리우슨는 매우 따뜻하며 섬세하며 생명력으로 넘친다. 이번에 내놓은 그의 새 앨범인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과 6번도 전작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음악은 겨울의 이불속같다.


필자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이 그의 모든 교향곡중에서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교향곡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양한 지휘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시도했다. 그 중에서 하나는 모두가 인정할 법한 번스타인의 음반이다. 그의 음반에서 시벨리우스는 시종일관 에너지로 가득차있다. 듣다보면 핀란드가 모두 녹아내를 듯 하다. 4악장의 피날레는 그의 말러를 연상시킬만한 힘으로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듣는이에 따라서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래도 명반인 것은 사실이다.


또 다른 시벨리우스의 명 지휘자로는 본토 출신인 오스모 벤스케가 있다. 평소의 벤스케 스타일처럼 매우 담백한 롤러코스터처럼 들린다. 비교적 빠른 템포와 감정의 여지를 비교적 적게 남기는 다이나믹은 깔끔한 디저트를 먹는 듯 하다. 그렇지만 벤스케의 음악의 경우, 다른 음반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음악에서의 촉촉함, 색채감은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을 극대화한 결과로 잃어버리게된 반작용의 결과이지만 필자는 항상 벤스케의 음악이 조금만 더 따뜻해졌으면 한다.


쇤더가드의 시벨리우스는 이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드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 번스타인처럼 고밀도의 에너제틱한 사운드를 추구하지도 않고 벤스케처럼 고밀의 단백질같은 소리도 아니다. 그저 따뜻한 현악기의 음색을 바탕으로 목관, 금관, 타악기들의 색채감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블렌딩된다. 그렇기 때문에 템포도 살짝 여유있는 편이다. 전체적인 러닝타임은 벤스케보다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있다. 


그렇지만 교향곡 1번에서 일반적인 청중의 기대처럼 에너지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소리를 곱게 블렌딩하기 위해서 희생한 에너제틱한 모습이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대신 그 사이사이 울려퍼지는 시벨리우스의 선율은 다른 어떤 음반들보다 정말로 아름답다. 특히 4악장 후반부의 경우 현에 의한 선율은 Quasi una Fantasia 를 제일 충실하게 만들어낸 듯한 사운드이다. 모든 악기가 마치 훌륭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블렌딩된다. 


대신 교향곡 6번에서 들려주는 그의 해석은 정말 끝내주게 아름답다. 이것은 벤스케도 구현할 수 없고, 번스타인은 더더욱 구현할 수 없다. 오직 쇤더가드만 할 수 있는, 매우 뽀샤시한 시벨리우스이다. 그의 데뷔음반에서 교향곡 2번도 무척 훌륭했지만 (정말 좋았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교향곡 7번에 대한 해석이었다. 안식에 드는 시벨리우스처럼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교향곡 1번보다는 6번에 더 귀가 귀울여진다. 교향곡 7번의 프리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우 깊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다양한 색채를 이끌어낸다. 혹자는 늘어진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늘어짐안에 꽉꽉 채워져있기에 이것을 마냥 욕할 수도 없다. 


P.S 아 방금 생각났지만, 만약 MTT가 시벨리우스를 지휘했다면 이렇게 했을 법 하다. 그리고 하프를 엄청 잘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