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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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 마리스 얀손스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페.트.루.슈.카. 필자는 이 곡의 제목을 보면 연관성이라고는 개코딱지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플란더스의 개가 떠오른다. 플랜 다스의 계. 그래서 항상 주 멜로디에서는 댕댕이들이 초원을 뛰어다니는 이미지가 늘 연상되곤 한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지휘자들의 해석에 따라서 댕댕이들이 어떻게 뛰어다니는지도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곡은 공부할 때 브금으로 절때로 안틀어놓는다. 틀어놓았다가 머릿속이 개판된게 한두번이 아니다. 몇 일전에 래틀과 베를린필이 내한공연을 했을 때, 정말 오랜만에 다시 페트루슈카를 들어보았다. 이상하게 한 동안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에 손길이 안갔었는데 그 공연을 계기로 다시 이것저것 들어보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주로 3개의 음반을 듣는다. 하나는 래틀과 버밍엄심포니가 녹..
2017.12.30 -
서울시향 콘서트 프리뷰: 신성한 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라흐마니노프가 신성한 시 같다는 것이 절대 아니니 네이밍에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꽤나 흥미롭다. 우선 사골중에 100번은 넘게 우려먹어서 더 이상 나올 사골도 없을 것 같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된다. 협연하는 연주자는 지난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자 (몇년도인지 까먹음) 라고 하니 아무리 사골이어도 사골의 미토콘드리아까지 추출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일단 기대하고 보는 것이다. 사실 이런 너무나 유명한 레파토리는 아무리 잘 연주해도 본전도 못찾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는 매우 부담이 될 것이다. 상상해보자. 아무리 잘 쳤어도, 연주자는 과거의 명장과 비교를 당하게 된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새로운 '설득력' 있는 해석을 관객에서 보여..
2017.12.06 -
서울시향의 비창
한국에 스티븐 허프가 리사이틀이 아닌, 협연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이슈인 공연이었다. 거기다가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과거 허프가 라흐마니노프로 그라모폰 상을 수상한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공연이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서곡으로 들려준 Schreker 의 Ekkehard는 연습할 시간이 없었던 듯 싶다. 음표의 나열, 그 이상과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스티븐 허프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스티븐 허프의 타건은 '정확하다' 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듯 하다. 이 단어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가 미스터치가 없는, 매우 기계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건반을 누를 때마다 콘서트홀에 울린 소리들은 모두 하나하나 살아있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많은 ..
2017.10.20 -
서울시향 콘서트 프리뷰: 스티븐 허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이번 공연은 프로그램보다 협연자와 지휘자에 더 주목해야할 듯 싶다. 우선 협연자는 스티븐 허프이다. 수많은 명반을 남겼고 그라모폰 상을 밥먹듯이 탄 연주자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 스티븐 허프는 단연 돋보인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협주곡에 그치지 않고 실내악, 솔로등 다방면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몇 안되는 피아니스트이다. 그리고 허프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유튜브에 Stephen Hough 를 검색하면 그의 연주영상도 많이 나오지만그의 인터뷰 영상도 굉장히 많이 나온다.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그는 이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으로 음반을 남겼다. 게다가 이 음반은 2005년에 그라모폰 상을 받았다. 이 사실만으로도 허프가 라흐마니노프를 들고..
2017.10.17 -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 이반 피셔 &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사람들은 라흐마니노프를 두고 '최후의 낭만주의자' 라고들 말한다. 동시에 시대에 뒤쳐진 작곡가라는 비평도 함께 따라온다. 그만큼 그는 새로운 음악이 피어나던 시기에 옛 전통을 고수했던 작곡가였다. 그렇지만 오늘날 청자의 입장에서 그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선율을 잔뜩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라흐마니노프의 선율만은 한번쯤 들어본 기억이 있다고들 말한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 2번만큼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의 가장 인기작이다. 그렇기에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은 중요하다. 필자가 생각할 때 라흐마니노프 곡의 해석에 있어서는 음악적 구조보다 선율이 우선한다고 본다. 선율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피셔와 BF..
201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