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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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콘서트 프리뷰: 신성한 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라흐마니노프가 신성한 시 같다는 것이 절대 아니니 네이밍에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꽤나 흥미롭다. 우선 사골중에 100번은 넘게 우려먹어서 더 이상 나올 사골도 없을 것 같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연주된다. 협연하는 연주자는 지난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자 (몇년도인지 까먹음) 라고 하니 아무리 사골이어도 사골의 미토콘드리아까지 추출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일단 기대하고 보는 것이다. 사실 이런 너무나 유명한 레파토리는 아무리 잘 연주해도 본전도 못찾는 경우가 너무나 흔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는 매우 부담이 될 것이다. 상상해보자. 아무리 잘 쳤어도, 연주자는 과거의 명장과 비교를 당하게 된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새로운 '설득력' 있는 해석을 관객에서 보여..
2017.12.06 -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2번 & 현악 5중주 - 파벨하스 콰르텟
체코 출신의 뜨거운 현악4중주단이 자국의 위대한 음악가의 레파토리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이미 파벨 하스 콰르텟이 연주한 드보르작 음반(현악 4중주 12,13번) 은 그라모폰 어워드, 올해의 음반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이런 이유때문에 그들이 드보르작을 들고 다시 청중들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자연히 설렐 수 밖에 없다. 본격적으로 음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파벨 하스 콰르텟의 멤버도 아니면서 떡하니 중앙을 차지한 보리스 길트버그이다. 아마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쿨 우승자이며 (몇년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재작년쯤? 서울시향에 협연을 하러 내한했었다. 당시 레파토리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는데 필자도 이 공연을 갔다왔었다. 상당히..
2017.10.29 -
서울시향의 비창
한국에 스티븐 허프가 리사이틀이 아닌, 협연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이슈인 공연이었다. 거기다가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과거 허프가 라흐마니노프로 그라모폰 상을 수상한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공연이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서곡으로 들려준 Schreker 의 Ekkehard는 연습할 시간이 없었던 듯 싶다. 음표의 나열, 그 이상과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스티븐 허프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스티븐 허프의 타건은 '정확하다' 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듯 하다. 이 단어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가 미스터치가 없는, 매우 기계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건반을 누를 때마다 콘서트홀에 울린 소리들은 모두 하나하나 살아있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많은 ..
2017.10.20 -
서울시향 문지영과 마에스트로 벤자고
작년에 객원지휘자로 와서 드보르작 교향곡 7번을 연주했을때는 꽤나 호평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비록 다른 일정과 겹쳐서 직접 현장에서 듣지는 못했었지만, 지인들을 통해 들은 그 날의 공연은 꽤나 만족도가 높았었다. 게다가 직접 연주를 해봤던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작년의 기량만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듯 하다. 먼저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던 시칠리아의 저녁 기도는 연습량이 부족했다는 것을 첫 음부터 증명했다. 이후에도 불안불안한 모습을 연이어 보이고, 각 파트간의 합도 잘 맞지 않았다. 이 불안한 모습은 문지영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먼저 문지영의 연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심지어 전공자도 있다) 문지영이 연주를 수월..
2017.09.17 -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 굴드 피아노 트리오
필자는 멘델스존의 교향곡보다 실내악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교향곡이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멘델스존의 실내악곡은 다른 작곡가들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관능적인 이끌림이 있다. 고전과 낭만사이에 절묘한 위치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뽐내는 작곡가가 멘델스존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멘델스존이 조금만 더 오래살았더라면, 모차르트를 능가하는 작곡가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동안 필자는 레퍼런스격의 음반인 보자르 트리오의 녹음을 자주 들었다. 옛 음반과 새로 녹음한 음반이 있는데 그것들을 비교해서 들어보는 맛도 쏠쏠하다. 한동안은 줄리아 피셔, 다니엘 뮐러-쇼트, 조나단 질라의 녹음을 듣기도 했었다. 방금 언급했던 두 음반의 공통점이 있다면 두 음반 모두 이 작품을 약간은 ..
2017.05.04 -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 조성진 + 지아난드레아 노세다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모두가 손꼽아 기다렸던 음반이 아닐까 싶다. 왠만하면 쇼팽 콩쿨 실황 음반이 이 음반에 앞서서 발매될 줄 알았는데 속만 태우더니 이제서야 조성진의 쇼팽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얄팍하게 음반의 끝을 폴로네이즈로 장식하는 상술을 다시 DG에서 보고싶지는 않다. 조성진의 가장 큰 장점은 튼튼한 기본기이다. 다수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 또한 그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지적받고는 한다. 바로 기본기에 집중하다보니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쇼팽 콩쿨을 되돌아보면 이에 대한 예지는 어느정도 맞다. 조성진만큼 안정적으로 무대를 이끌어나가는 피아니스트는 없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무대에서 '내가 바로 조성진이다!' 라고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