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11. 00:25ㆍPerfume
#01. 딥디크의 스테디셀러
딥디크의 시그니처 향이라도 무방한 롬브르 단 로 이다. 많은 사람들은 장미 향수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장미 향수라기 보다는 장미 줄기 혹은 장미의 잎사귀 향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중요한 물먹은 듯한 분위기 까지 말이다. 마지막으로 첨가된 달달한 블랙커런트는 뻔할 뻔 했던 장미향을 더 품격있게 만들어준다. 오히려 장미향에 가까운 향수는 프레데릭 말의 윈 로즈나 혹은 불리1803의 다마스크 로즈, 그것도 아니라면 세르주 루텐의 라 휘드 베흘랑일 듯 하다. 누가 맡아도 장미100만송이에서 한끝 풍겨오는 그런 향 말이다. (물론 개별 향수별로 각각의 개성은 있지만, 100만송이의 장미를 품고 있는 것은 모두 틀림없다.) 그런데 롬브르 단 로는 장미100만송이에서 풍겨져 오는 향이라기 보다는 물에 푹 절여놓은 장미 100만 송이를 장미 잎사귀와와 함께 블랙커런트까지 한 절구에 넣어서 빻아놓은 듯한 향이다. 이건 확실히 갈어넣은 것도 아니고, 숙성시킨 것도 아닌 빻아놓은 향이다. 깊은 절구통에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미 향수보다 훨씬 달달하다. 블랙커런트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메인 어코드도 Citrus 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Citrus 향 치고는 상당히 무겁다. 그냥 Fruity + Floral 계열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나를 더 더한다면 확연하게 드러나는 그린노트정도? 롬브르 단 로가 사람들에게 오랜시간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프루티와 플로럴 그리고 그린의 절묘한 균형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02. 아쉬운 지속력과 확산력 - 오드 퍼퓸기준 최대 6시간
오드 퍼퓸을 기준으로 주변 사람들이 인지할만한 지속력과 확산력의 유지시간은 길어야 6시간 정도로 느껴진다. 맨 처음부터 장미향과 장미 잎사귀향이 서서히 날아가기 시작하고, 피부에 마지막까지 붙어있는 향은 대게 블랙 커런트의 달달한 향이다. 아침에 뿌리고 출근하면 점심먹을 쯤에는 향이 거의 사라지고 오후3-4시가 되면 거의 피부에 은은한 잔향만 남아있는 정도이다. 오 드 퍼퓸이 이 정도이니, 오 드 뚜왈렛은 아마 이 보다 더 지속시간이 짧을 듯 하다. 확산력또한 초반에는 확 퍼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퍼지는 범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확산력과 지속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향수를 들고 다니는게 좋을 듯 하다.
#03 비오는날 뿌리자 - 봄비, 장마, 가을비 모두 좋다.
옆동네의 향수 카페에 가면 롬브르 단 로는 비오는날 뿌리는 향수로 아주 유명하다. 나도 그런 의견에 매우 동의하며, 종종 비오는날 뿌리고 나간다. 기본적으로 물먹은 듯한 향이 진하게 베어있기 때문에 비오는 꿉꿉한 날에 아주 잘 어울린다. 바꿔 말하면, 블랙커런트의 프루티한 향이 강해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불쾌감을 일으키기에 딱 좋지만, 비가 내리는 여름날, 가을비, 봄비내리는 날 등이면 롬브르 단 로의 진가가 발휘된다. 습한 공기속에 피어있는 장미 한 송이를 상상해보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Perfu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이 킬리안] 우먼 인 골드, 도시 여자의 바닐라 향수 (0) | 2018.12.16 |
---|---|
[샤넬] 가브리엘, 왠지 익숙하지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향수 (0) | 2018.12.13 |
[톰포드] 오드 우드, 클래식 수트를 위한 우디 향수 (0) | 2018.12.10 |
[세르주 루텐] 라 를리지외즈, '자스민X머스크'의 양면성 (0) | 2018.12.09 |
[바이 킬리안] 블랙 팬텀, 커피 초콜릿에 넣어먹는 럼주 (0) | 2018.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