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킬리안] 블랙 팬텀, 커피 초콜릿에 넣어먹는 럼주

2018. 12. 8. 18:27Perfume


#0 해콜 케이스


블랙 팬텀을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케이스 때문이다. 신세계 강남점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왠지 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이 매장, 저 매장에서 기대를 한 껏 부풀어놓게 해놓고 결제 안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다니다가, 향수 매장에 들려서 어떤 향들이 있나 살펴보던 중, 킬리안의 블랙 팬텀이 눈에 딱 들어왔다. 케이스에 해골을 박아 넣어두다니... 킬리안은 참 마케팅을 잘 하는 듯 하다. 왠지 소장가치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케이스이니 말이다. 정작 내부에 있는 향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뭐 그런거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 향도 어마무시하게 좋아서 덥석! 사지 않고 저렴하게 면세에서 구매했다. 면세 만세 ^^ (롯데면세점에만 있다)


#1 향 - 커피, 설탕, 초콜릿, 아몬드 그리고 럼 


굉장히 맛있는? 향이다. 어디선가 맡아봤을 법한 냄새들이 여기저기서 혼재되어 있다. 하나씩 까보면, 맨 처음 느껴지는 것은 커피향이다.

커피라고 해서 다 같은 커피가 아니듯이, 내가 맡아봤을 때 이 커피향은 적어도 아메리카노 느낌은 아니다. 더 진하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떠올릴만한 농도의 향을 진하게 뿜뿜 해준다. 그렇다고 너무 쓴 에스프레소는 아니고, 여기에 설탕을 살짝 졸여서 넣은 듯한 에스프레소 향이다. 여기저기서 찾아보니, 이런 커피향을 '아이리쉬 커피' 향이라고 한다고. 내가 아일랜드를 가본 적이 없어서 이거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그 다음은 아몬드 초콜릿. 초콜릿 향은 분명히 아주 진하게 난다. 위에서 말했던 약간의 설탕향이 초콜릿 향으로 아주 부드럽게 연결이 된다. 이것도 그냥 편의점에서 사먹는 초콜릿이라기 보다는 스타벅스의 음료인 '시그니처 초콜릿' 이 떠올릴만큼 진하고 흐르는 초콜릿이 생각난다. 거기에 잘게 썰어져서 부서져있는 아몬드 몇 조각. 아 써놓고 보니, 페레로 로쉐를 계속 씹어먹으면 딱 이런 향이 떠오를 것도 같다. 

그 다음에 어딘가 왠지 모르게 지배적으로 있는 향이 있었는데, 이것이 '럼' 인 듯 하다. 내가 럼을 마셔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것이 럼의 향인지는 모르겠었는데, 블랙 팬텀을 계속 킁킁 맡고 있다보면 어디선가 서양술의 알콜냄새도 묘하게 스믈스믈 올라온다. 이게 바로 럼의 향 인가보다. 럼은 킬리안에서 자주 다루는 향료(?) 중에 하나이다보니 기억해두면 좋을 듯 하다. 이거 다음에 들여올 향수가 '스트레이트 투 헤븐' 이니 말이다. 하핳핳. 이런 향의 느낌은 왠지 톰포드의 '느와 드 느와' 랑도 비슷한 것도 같다. 난 '느와 드 느와' 도 엄청 좋아한다.


#2 지속력과 확산력 - All Day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향수중에 최강의 지속력과 확산력을 보여준다. 지속력과 확산력 모두 하루가 거뜬히 간다. 이게 잔향을 폴폴 풍기는 수준이 아니라, 아침 9시에 뿌리고 나가도 저녁 9시에도 여전히 존재감을 어필하는 아주 무서운 향수이다. 내가 출근할 때, 뿌리고 나갔다가 7시쯤 퇴근을 해서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와 무산소를 병행하며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한 다음에도 남아있는게 블랙팬텀이다. 이러한 설명이 피부에 와닿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 참고로 바디워시는 더바디샵의 '블랙머스크' 를 쓰는데, 이 향도 만만치 않은 달달함을 가지고 있지만 블랙팬텀을 쓰러뜨리지는 못하더라...


#3 어울리는 계절 - 한여름은 피하자, 벌 꼬인다.


대부분의 향수가 그렇듯 여름만 피하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근데 여름이라도 매우 건조한 여름이라면 밤에 적당히 괜찮을 것도 같다. 근데 한국의 여름은 고온다습하니... 한 여름에 뿌리면 주변 사람의 불쾌지수를 높여주는 1등 공신이 될터이니, 절대로 뿌리지 마시길. 그나마 에어컨이 빵빵한 곳에서는 괜찮을 것도 같다. 사실 이런 이유보다도... 여름에 뿌리면 벌 꼬일 것 같다. 그만큼 달달구리하니 한 여름에 벌과 친구하지 않으려면 피하시길 바란다.


킬리안 블랙팬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