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티에리 피셔 사이클2 : 환상교향곡 / 2017.05.13

2017. 5. 14. 03:53Review



이래저래 바쁜 일상때문에 교향악 축제도 통째로 건너뛰고 학교에서만 살다보니 콘서트 자체를 굉장히 오랜만에 갔었다. 사실 이것도 갈 계획은 없다가...(프로그램이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서울시향 카카오톡 옐로 아이디 친구추가하면 티켓 추첨으로 준다고한게 당첨되서 가게된 공연이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굉장히 오랜만에 1층에 앉았었다. 평소 1층을 잘 안가는 이유는 단순히 시야적인 측면이었는데 이번에 앉아보니 1층도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물론 예산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난 가난한 대학생일뿐.


오늘 프로그램은 뒤티외의 음색, 우주, 운동...이라는 한국초연의 곡이 첫번째,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었다. 우선...뒤티외의 이름이 나와서 별로 가고싶지 않았다. 음악전공자들 사이에서는 무엇인가 의미하는 것이 있겠지만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힘든 음악이었다. 오늘 그렇게 많이 안걸어서 다행이었지 조금이라도 걸어다닌 날이었다면 의식이 돌아올때는 환상교향곡이 시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거의 졸면서 들어서 기억이 잘 안난다. 다만 전체적으로 공포영화의 ost도 깔아놓으면 제법 괜찮겠다는 생각은 했다.


라벨도 내가 평소에 즐겨듣는 작곡가가 아니다. 내가 익숙한 라벨의 작품은 어미 거위, 피아노 협주곡 정도이다. 오늘 연주돈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같은 경우도 간간히 들어보기는 했었지만 오늘처럼 집중해서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전반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하지만 터치가 조금 더 섬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연히 내가 라벨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라벨의 음악은 좀 이뻤으면 한다. 이런 측면에서 앵콜로 들려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조금 딱딱하게 들렸다. 조금만 더 부드럽게 왕녀를 보내주었으면 더 좋았겠더라는 개취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상교향곡이다. 필자가 가장 최근에 실황으로 접했던 환상교향곡은... 모두의 찬사를 받았던 미셸 플라송의 환상교향곡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의 환상교향곡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프랑스의 노신사가 들려준 환상교향곡은 정말 환상에 가까웠었다. 오늘 들었던 환상교향곡은 '환상' 이라는 이미지를 소리로 그려내기보다는 음악으로 빚어지는 소리 자체에 좀 더 집중한 듯한 인상이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말러의 환상교향곡이라고도 표현했는데 나도 이 점에 동의한다. 특히 4악장과 5악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말러처럼 연주할 수 있게끔 작곡해놓은 베를리오즈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티에리 피셔는 대편성으로 이 곡을 연주했다. 물론 작품 자체에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기에 많은 연주자가 필요하지만 현악기 연주자들까지 대폭 수를 늘렸었다. 그런데 그렇게 늘린 연주자수에 비해서 음색의 두터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고있을 때, 그 정도의 인원이면 서울시향의 특징인 두텁고 따뜻한 현의 소리가 나왔어야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또한 각 악기군별로 서로 쫀쫀한 맛이 없었다. 각 파트별로 때놓고 보면 그렇게 흠잡을 곳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랄까... 각자 다른 파트의 소리는 듣지 않고 자기 파트에 몰입해서 연주하는 느낌이 강했다. 비유를 하자면 코스요리이지만 한식,중식,양식,일식이 뒤섞여서 나오는 코스요리같았다.


+ 오보에여...오보에여...다음에는 안보기를

+ 타악기 수석님...0.5초만 늦었어도 대형사고치실뻔

+ 초대권 남발의 부작용은 언제나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