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0. 00:37ㆍReview
무려 공짜표! 가 생겼기에 갈 수 있었던 연주회였다. 김선욱의 연주회를 들어본지도 꽤 오래되었고 독일 악단이었기에 기대에 차서 예술의 전당에 갔었다. 그리고 김선욱의 협연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과거 서울시향의 전성기 시절, 정명훈이 연주할 때 예술의 전당 로비가 꽉 차던 때의 느낌이었다. 프로그램은 김선욱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그리고 브람스 교향곡 4번이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누구나 아는 굉장히 유명한 피아노 레파토리이다. 그렇지만 그 유명세치고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기도 하다. 그 만큼 피아노 연주자에게 상당히 부담이 되는 곡이라는 뜻일 것이다. 또한 연습한 양치고 효과가 발휘되지 않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모든 브람스 작품들의 특징들이라고 생각한다. 브람스의 작품들은... 완벽하고 차별화될 때야 빛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김선욱은 꽤 만족할만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김선욱하면 떠오르는 연주스타일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는 연주였다. 사실 이 날은 김선욱의 연주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말이 많지는 않다. 오히려 오케스트라와의 관계에서 할 이야기가 좀 있다.
전날에서 공연을 했을 때, 김선욱이 하드캐리한다는 후기를 보았다. 이것이 매우 불안하기는 했으나 정말 이 정도로 하드캐리를 할 줄은 몰랐다. 좋게 말해서 김선욱과 지휘자가 서로 브람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악평을 하자면 지휘자는 브람스를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대게 많은 협주곡의 경우 협연자에게 해석을 맞춰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고 난 다음에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 날 지휘를 맡은 미하엘 잔데를링은 자신의 브람스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김선욱과 전혀 호흡되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템포부터 그렇다. 김선욱은 더 빨리 과감하게 템포를 이끌고 나가고 싶어하는 듯 했지만 잔데를링은 뭐가 그렇게 여유로운지 흐느적흐느적하는게 관객입장에서도 답답할 정도였다. 느린 템포!. 음 좋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템포를 느리게 잡는다는 것은 그만큼 디테일을 굉장히 세밀하게 조절하면서도 곡 전체의 구조가 더 탄탄해질 수 있도록 해석을 해내야한다. 그렇지만 이 날은 디테일을 살린다고 살렸지만 듣고싶지 않았던 소리들이 너무 '정돈되지 않은채로' 옆으로 쭉쭉 삐져나왔다. 음색적인 면에서도 관악기, 호른쪽이 전혀 조율되지 않은 듯한 소리를 계속 연출했다. 특히 오보에는.... 너무 거슬렸다. 이러니 템포도 느린데 디테일까지 실패하니 곡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느슨해지게 되었다. 연주가 끝나고 김선욱에게 애썼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런 기조는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1부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드레스덴 필이 그렇게 나쁜 악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름 독일의 악단이어서 그런지는 현악기파트는 좀 괜찮았다. 꽤 괜찮은 합주력을 보여주었지만 잔데를링의 지휘아래 이런 장점도 모두 퇴색되어 버렸다. 그리고 목관파트는...좀 처잠했다. 바순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금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호른은 계속 방구를 끼고 있고 트럼펫은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으며 트럼본은 왜 그렇게 떨어됐는지... 참 안타까웠다. 관악기는 공무원이 연주하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지휘자가 과연 브람스를 이해하고 있느냐였다. 이렇게 평면적인 브람스는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지하에있는 브람스의 진노가 느껴진다.
Special Thanks to An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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