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4. 01:25ㆍReview
올해 초, 슈만 교향곡 2번을 아주 맛깔나게 들려준 마르쿠스 슈텐츠였기에 오늘도 매우 기대가 컸었다. 더군다나 레파토리가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었다. 최근들어 비교적 말러는 자주 연주되고 있는 편이지만 브루크너는 한국에서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작곡가중에 하나였다. 그도 그럴것이 제대로된 브루크너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명훈도 브루크너가 주요 레파토리가 아니었기에 서울시향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았었다. 아마 서울시향에서 마지막으로 브루크너를 들었던 기억이...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로맨틱' 이었을 듯 싶다. 지휘자 이름은 생각안나고.. (빠글이 머리였다.) 그의 상당히 충격적인 해석이 기억에 나는데... 몇몇 사람들은 새로운 브루크너였고 좋았다! 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새로운 브루크너라는데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좋았다고는 동의하지 않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 기억을 간직한 채로 오늘 공연장으로 향했다.
1부는 서울시향과 진은숙의 작품을 녹음했던 알반 게르하르트의 슈만 첼로 협주곡이었다. 그동안 이 곡은 음반으로만 간간히 듣다가 처음으로 실황 공연을 접했다. 먼저 사진에서 보다시피 첼로 협주곡을 듣기에는 그렇게 좋은 자리는 아니다. 사이드로 빗겨나 있기에 앞쪽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린보다 안들리는 첼로 소리가 더 들렸다. 그래서 집중도가 좀 떨어진 면이 있었는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꽤 괜찮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첫 음에서 게르하르트가 지판을 조금 잘못짚어서 음정이 안맞았을때 음? 했다. 바로 뒤에 비브라토하시면서 음을 조정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처음에는 좀 불안불안한 면이 있었지만 2악장으로 넘어가면서부터 1악장의 그런 모습을 잊어버릴정도로 진한 더블스탑이 정말정말 아름다웠다.
2부에서 이어진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은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국내 오케스트라로 이만큼의 브루크너를 들을 수 있을까 싶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마르쿠스 슈텐츠의 해석은 저번에 내한했던 헤르베르트 블룸슈테트와 밤베르크 심포니보다 훨씬 감동적이고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또한 슈텐츠의 완급조절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는 것을 저번 슈만 공연에 이어서 또 느꼈다. 이 사람은 관객들이 어떨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 잘 아는 것이 분명하다.
모든 악장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2악장! 브루크너는 이 악장을 바그너에게 바치는 추도의 음악이라고 표현했지만 슈텐츠의 머리에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그냥 아름답다는 단어로 형용이 될 뿐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특히 바이올린보다는 첼로와 베이스, 비올라까지 현 파트의 고음부를 제외한 다른파트들이 유난히 돋보이는 날이었다. 슈텐츠도 중저음군에게 많은 오더를 내리는 듯 고개를 오른쪽으로 많이 돌린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묵직하게 깔아주면서 바이올린이 하늘위로 날아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콘트라베이스가 깔아주는 저음은... 정말 시의적절하고 적절한 농도로 음악을 완성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에반해... 바이올린...특히 퍼스트 바이올린은 슈텐츠의 오더를 그만큼 잘 흡수하지 못한 듯한 연주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바이올린이 제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고음으로 올라갈 때 바이올린은 더 얇으면서 밀도높은 소리를 음색을 내줬어야하지만 그냥 손가락만 하이포지션인 듯 했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꼬꾸라진 곳이 꽤 많다고 느꼈다. 아마 이부분만 커버되었다면 슈텐츠의 브루크너는 더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훌륭한 악장을 데리꾸 오기를...
3악장은 좀 불안불안했다. 슈텐츠가 억지로 끌고가는 느낌이 다분했다. 중간에 앙상블이 이상했던 곳도 몇군데 있었던 듯 했다. 그렇지만 슈텐츠의 템포설정과 전체적인 다이나믹 설정만큼은 정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반 피셔의 음반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넘실넘실되는 3악장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강려크한 한방을 시의적절하게 때려주었던 팀파니는 아주 적절한 양념이었다.
마지막 4악장의 템포설정은 정말 참신하고 설득력있었다. 1,2악장에서 비교적 준수한 (느린) 템포를 설정했기에 4악장에서도 그러겠거니..했었지만 의외로 속도감있는 출발에 좀 놀랬었다. 거짓말조금 보태서 이반피셔의 템포설정을 보는 듯 했지만 오히려 이반 피셔보다 더 드라마틱한 악장이었다. 피셔의 경우 빠른 템포를 끝까지 고수하면서 마지막 부분을 가속하는 해석으로 브루크너를 람보르기니에 태워 보내버렸다면 슈텐츠는 마치 개선문을 통과하고 왕에게 공을 치하받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졌다. 특히 마지막에 보여준 뚜띠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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