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4. 21:34ㆍReview
정말 모처럼 갔었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었다. 서울시향의 대부분의 공연이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동안 그곳에만 갔었다. 간만에 방문한 예당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롯데 콘서트홀의 음향과 비교가 되었다. 음향 자체는 롯데콘서트홀이 더 좋다. 전반적으로 울리기는 하지만 소리의 명료도는 롯데가 훨씬 좋은 듯 하다. 오늘 예당에서 3층에서 들었는데 귀가 익숙해지기까지 정말 답답한 소리였다.
아무튼 오늘은 자비네 마이어와 서울시향이 협연한 날이었다. 처음에 프로그램이 발표되었을때만 해도 자비네 마이어가 온다고 하길래 친구들과 모두 놀랬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리고 오는 협연자, 지휘자의 레벨이 높아지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정도이니 말이다. 다만 프로그램이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이어서 살짝 실망하긴 했었다. 왜냐하면... 별로 관심이 없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비네 마이어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예당으로 향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금 실망이었다. 첫음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가 상상했던 음색이 아니었다. 필자가 3층에서 관람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머릿속으로 늘 울려퍼지던 그 클라리넷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날때까지 심드렁했었다. 3악장가서 좀 괜찮아진 듯 하니 곡이 끝나버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오늘 공연에서 자비네 마이어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다만 오늘은 지휘자 텅취창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지금도 머릿속을 맴돈다.
피가로의 결혼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제 서울시향은 정명훈의 사운드를 정말 벗어난 듯 싶었다. 그 짙은 유화와 같은 사운드는 온데간데 없고 깔끔하고 정돈된 소리가 첫 소절부터 흘러나왔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흘러가는 가운데 중간중간 텅취창의 센스가 느껴지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 센스덕분에 곡 전체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자비네 마이어의 연주때도 클라리넷 소리보다는 서울시향의 반주에 더 귀가 귀울여졌었다.
불새에서는 1부에 보여준 텅취창의 해석이 그대로 녹아 들었다. 전반적으로 현의 역할이 뚜렷하게 강조되기 보다는 관악, 금관, 타악, 하프등의 악기가 강조되면서 현은 그 위에 얹혀서 색채를 입히는 역할을 하였다. 다른 파트는 다 괜찮았지만 플룻소리가 듣는 내내 이상했는데 자세히 보니 늘 나오시던 수석누님이 안나오시고 다른 분이 연주를 하셨다. 개인적으로 소리가 시향과 안어울린다고 본다. 타악기에서 팀파니의 북의 역할이 새삼 도드러지게 표현되었다. 특히 오늘은 하프의 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쪽 구석에서 때로는 달콤하면서 때로는 무서운 저음을 내며 존재감을 유달리 과시한 불새였는데 곡 전체에 색채감을 입히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이반 피셔의 그림자(위트있는 면모)가 보이는, 그런 해석이었고 좋은 연주였다고 본다. 다만 불새 마지막 부분에서는...너무 끌지 않았나 싶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그란데...한 피날레를 장식하고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은 답답했다.
내년에도 이 지휘자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욱 알찬 프로그램과 함께.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향 마르크스 슈텐츠 사이클2, 브루크너와 슈만2 / 2017.06.23 (0) | 2017.06.24 |
---|---|
서울시향 티에리 피셔 사이클2 : 환상교향곡 / 2017.05.13 (0) | 2017.05.14 |
서울시향 바그너의 반지: 관현악 모험 / 2017.03.18 (0) | 2017.05.04 |
서울시향 사라스테의 베토벤 교향곡 4번 - 2017.02.10 (0) | 2017.05.04 |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 사이클1: 낭만주의 시대의 혁명가들 - 2016.01.21 (0) | 2017.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