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4. 21:32ㆍReview
마르쿠스 슈텐츠는 익히 말러 음반으로 꾸준히 접하고 있었다. 다만 작년에 서울시향 객원으로 왔을 때는 공연을 보지 못했었는데 이번년도부터 티에리 피셔와 함께 서울시향을 이끈다고 해서 무척 기뻤었다. 그리고 오늘 그의 첫번째 공연이었다.
우선 프로그램이 색달랐다. 도서관에서 발견된 스트라빈스키의 곡부터 내가 슈만 교향곡중에 제일 좋아하는 2번까지 꽤 호기심이 가는 구성이었다. 1부에 협연곡으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까지 있었다. (다만 내가 별로 안좋아할뿐) 스트라빈스키의 미발견곡에 대한 정보야 워낙 널렸으니 익히 접했을 것이다. 그런 백그라운드를 떠나서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스트라빈스키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너무 봄의 제전, 불새에 길들여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 초연, 미발견곡의 연주등에 의의가 있을 뿐 앞으로 자주 연주될 것 같지는 않다.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데죄 란키가 협연했다. 잘 치시긴 했지만 워낙 내가 이 곡에 관심이 없는지라 여기서 생략하겠다.
내가 가장 관심있었던 것은 슈만 교향곡 2번이었다. 슈만 교향곡중에서 제일 좋아한다. 지금까지는 래틀과 베를린필, 아바도와 오케스트라 모차르트의 연주를 즐겨들어왔다. 종종 번스타인도 꺼내 듣는다. 아주 가끔은 시노폴리의 음반도 재생해본다. 그런데 오늘 슈텐츠의 슈만 2번은 굉장히 쇼킹했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슈만 2번에 다이나믹이라는 항생제를 먹여버렸다.
래틀의 슈만도 다이나믹으로 무장한 해석이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로맨틱한 면은 결여되어 있는 면이 있었다. 아바도의 슈만은 로맨틱으로 무장한 해석이지만 상대적으로 다이나믹은 래틀보다는 떨어졌었다. 슈텐츠는 이 중간을 잘 공략한 듯 싶다. 템포의 변화를 많이 주고 밀당?을 많이 하면서 다이나믹을 극대화시키면서 게르만권 지휘자 특유의 만질만질...로 곡의 세부를 가다듬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런 변화무쌍한 해석을 잘 따라와준 서울시향에도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2악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악장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오늘만큼은 2악장의 비바체 - 트리오의 대비가 가장 진하게 다가왔다. 2악장의 초반부에 그렇게 달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랬고 그 와중에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그 기술에 놀랬다. 그리고 후반부의 진한 로맨틱함에서 나오는 대비감도 무척 좋았다.
그리고 1악장과 4악장 마무리의 색다른 처리는 굉장히 신선했다. 지금까지 들어본 슈만 교향곡중에 음을 가장 강하고 짧게 끊어버렸다. 롯데홀의 울림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일까? 강하게 내려치면서 끝났기에 슈만 교향곡 답지 않게 마지막 부분에 잠시나마 정적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4악장은 말러 교향곡 5번의 5악장처럼 모든 것을 해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지막에 부스터 게이지를 쭉 끌어올리면서 한방에 모든 것을 싹 쓸어내는 그 카타르시스는 아마 오늘 공연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 그리고 롯데콘서트홀... 롯데석회동굴이 따로없던데... 앞으로 자리탐색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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