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9. 01:31ㆍReview
이 무대를 끝으로 성시연은 경기필과의 계약을 종료한다. 이후에 어떤 행보를 보인다고 구체적인 발표를 한 것은 없으나 아마 해외 무대에 집중할 것 같다. 그리고 성시연같은 인물이 한국에 있기는 아깝다는 것이 오늘 공연을 통해서 더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그녀는 여기있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들고온 레파토리는 슈만 첼로 협주곡과 말러 교향곡 9번이었다. 슈만 첼로 협주곡은 말리밀리안 호르눙이 협연을 맡아서 진행했다. 이 사람이 누구냐! 라는 질문에는 아래의 음반커버가 모든 것을 말해줄 듯 하다. 아주 핫한 뮤지션들과 챔버음반을 내놨으니 나름 국제무대에서 인지도있는 아티스트같았다. 그럼 뭐하는가. 당장 내 귀에 들려주는 음악이 더 중요하거늘. 오늘 그가 연주한 슈만 첼로 협주곡은 너무 모범생같았다. 평소에 슈만의 곡은 똘끼로 충만한 아티스트가 해야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크게 어필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머리로는(이성적으로) 괜찮게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딱히 혹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1악장의 불안불안했던 모습은 2-3악장으로 넘어가면서 크게 개선되었고 매우 안정적으로 곡을 끝마쳤다. 그렇지만 너무... 곡을 확실하게 끌어안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말리밀리안 호르눙의 슈만을 보여주지는 않은 듯 하다.
그리고 성시연이 준비해온 메인 코스. 말러 교향곡 9번. 이 곡은 정말 어려운 곡이다. 듣는 사람도 어렵고 연주하는 사람도 어렵다. 장장 1시간이 넘는, 말러가 만들어놓은 폴로포니의 세계에서 허우적허우적되어야 한다. 이 곡은 음반으로 무수히 많이 들었지만 필자에게는 두번째 실황이다. 첫번째 실황은 작년? 에 대학오케스트라 축제때 정치용과 한예종이 연주했던 콘서트이다. (엄청 잘했었다) 이미 실황을 한번 겪었기 때문에 이 곡이 현장에서 어떻게 울리는지 대충 느낌은 알고 있었다.
성시연은 이 곡에 대해서 엄청 많이 공부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악기들은 그녀의 의도를 충실하게 담아내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그래도 그와중에 현파트의 밀도, 집중력은 최근의 서울시향보다 괜찮다는 느낌을 4악장이 끝날때까지 받았다. 특히 악장의 경우 단원들을 리드하고 있다는 제스쳐를 확실하게 느끼게 연주해주었다. 물론 많은 악장 솔로도 괜찮았다. 그렇지만 문제는 관파트였다. 목관, 금관 구별이 없이 전부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그 중에서도 클라리넷의 오케스트라와 섞이지 못하는 소리는 공연 내내 괴로웠다. 또한 호른도 매우 처참했다. 호른의 참사는 1악장이 시작할 때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이 파악했을 것이다. 그 어느 한 순간도 안정적이었던 순간이 없었다. 특히 호른 수석의 연주는 이 곡에 몰입을 방해하는 1등 공신이었다.이 외에도 각 파트간 튜닝이 안 맞은 점, 하프의 음표나열등 전체적으로 현악기를 제외한 모든 악기들이 위태위태했다.
그래도 이 곡을 통해서 성시연은 자신이 (주어진 환경에 맞춰)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말러 교향곡 9번은 아무나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곡이 아니다. 지휘자가 단 한 순간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오케스트라도 따라서 무너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평소 스타일을 잘 살려서 곡을 매우 훌륭하게 이끌어나갔다고 생각한다. 비록 악기들의 문제점이 많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3악장의 몰입도는 상당히 좋았다. 4악장보다 더 기억되는 3악장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비록 관파트가 문제점 투성이었지만, 모든 소리가 섞이는 오케스트라 총주(뚜띠)만큼은 성시연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소리였다. 그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보자.
Special Thanks to Annie
+추신
자고 일어나니까 몇 가지 더 써야겠다고 생각남
1. 경기필 관객의 종특은 P부터 서서히 몰려오는 기관지의 간지러움인가
2. 팀파니 소리가 너무 싸구려같았음. 아마 악기 자체의 차이인 듯 함
3. 모 커뮤니티에서 경기필 단원들이 자신들을 변호(?) 하던데 참 구차해보임. 창피한 줄 알아야지
4. 성시연의 말러에는 남자 하피스트가 필요했을지도, 물론 있다고 해서 공연퀄이 올라가지는 않았겠지만,
++ 밑에있는 좋아요 눌러주시면 힘이 난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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